4일간 3번 가로막힌 브렉시트… 英총리 ‘조기총선’ 만지작

입력 2019-10-23 16:32 수정 2019-10-23 17:02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오는 3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행을 위해 관련 법안을 신속처리토록 한 ‘계획안’(programme motion)을 추진했다가 의회에 가로막혔다. 앞서 EU와의 협상으로 내놓은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이 2차례 거부된 것을 포함, 최근 나흘간만 브렉시트 강행 시도가 3차례 무산됐다. 브렉시트 시한이 1주일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브렉시트 연기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브렉시트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영국 하원은 22일(현지시간) EU 탈퇴협정 법안(WAB·Withdrawal Agreement Bill)을 사흘 내로 신속 처리하는 ‘계획안’을 찬성 308표, 반대 322표로 부결시켰다. WAB란 영국이 EU를 탈퇴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법안들을 가리키는데, 계획안은 이를 브렉시트 시한인 10월 31일 전까지 처리하기 위한 신속 처리안이다.

계획안에는 오는 24일까지 WAB를 하원에서 통과시킨 뒤 상원과 여왕재가를 거쳐 오는 31일 브렉시트를 시작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통상 영국 하원의 법안 통과에는 수주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31일까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WAB 통과 절차를 3일로 줄이는 내용의 계획안을 내놓았다.

영국의 법안 심사과정은 3독회제가 기본인데, 정부는 전날 WAB 등을 공개하면서 제1독회 단계를 마쳤다. 하원은 이날 계획안 표결 전 법안 목적과 전반적 원칙에 대해 토론하는 제2독회 표결에서 찬성 329표, 반대 299표로 30표차 가결했다. 존슨 총리는 이때만 해도 “하원이 거래(Deal)를 성사시킬 것”이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이어진 표결에서 하원은 계획안을 부결시켰다.

하원의 계획안 부결은 3일이 WAB를 검토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동당 등 야당은 사흘 동안 제대로 된 법안 검증은 불가능하다며 계획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존슨 총리는 계획안 부결 후 WAB 상정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영국의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 요청에 대해서는 EU가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존슨 총리는 계획안 부결에 “매우 실망했다”며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는 31일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영국 현지에서는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는 앞서 법안 토론 과정에서 계획안이 부결될 경우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으로 과반을 확보해 다시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기총선으로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히려 의석이 줄어들 수도 있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 19일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보류되자 21일 합의안에 대한 의미 있는 투표를 하겠다면서 합의안 재추진을 시도했다. 하원은 존슨 총리가 내놓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보류하는 대신 브렉시트 이행과 관련된 법률이 정비될 때까지 합의안 승인을 연기하도록 한 브렉시트 수정안을 먼저 표결에 부쳐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통과시켰다.

수정안에 따라 합의안 표결이 힘들어지자 이름만 달리해 사실상 의회에 합의안 찬반을 물었다. 브렉시트 시한인 이달 31일이 가까워오는 가운데 브렉시트가 재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둘러 표결 일정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버커우 하원의장의 표결 거부로 연이어 제동이 걸렸다. 버커우 의장은 존슨 총리의 합의안 표결 재추진에 대해 “레트윈 수정안을 무력화하거나 제거하려는 명백한 목적이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