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후계자 조만간 등장’ 소문…천민얼·후춘화 상무위원 발탁설

입력 2019-10-23 16:17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후계자가 조만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해 3월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안 통과로 ‘종신집권’도 가능해진 시 주석이 실제 후계자에게 자리를 순순히 넘기는 절차를 추진할 지 주목된다.

홍콩 명보는 중국 공산당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 전회)에서 시 주석의 후계자가 등장할 수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오는 28일을 전후해 4중 전회를 개최한다. 주요 의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견고화와 국가 통치체계·역량의 현대화’이다.

그런데 갑자기 베이징 정가에서 4중 전회를 통해 시 주석 후계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의 수를 현재의 7명에서 9명으로 늘리면서 시 주석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 2명을 발탁한다는 것이다.

신임 상무위원으로는 천민얼(59) 충칭시 당 서기와 후춘화(56) 부총리가 거론된다. 두 사람은 2017년 10월 19차 당 대회 때도 상무위원 후보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후계자로 거론됐던 인사들이 모두 상무위원에 오르지 못하면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 체제가 굳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게다가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조항이 삭제된 헌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시 주석은 사실상 ‘종신 집권’까지 가능한 상황이 됐다.

따라서 시 주석의 후계자가 4중전회에서 수면위로 떠오르면 기존 권력 구도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절대권력을 다진 상황에서 이번 4중 전회에서 후계자를 등장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천민얼은 시 주석의 저장성 서기 시절 선전부장을 맡아 현지 신문에 시진핑 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 초고를 4년간 쓰면서 시 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는 차기 지도자로 유력했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 자리를 이어받으며 시 주석의 후계자로 급부상했다.

후춘화는 중국 공산당의 외곽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다. 공청단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정치 기반이기도 했다.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원에 진입하며 차세대 주자로 부상했지만 19차 당 대회 때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천민얼이 현재 ‘시진핑의 오른팔’인 왕치산이 맡는 국가부주석에 임명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돈다. 후임 충칭시 당 서기에는 리펑 전 총리의 아들 리샤오펑(李小鵬) 교통운수부장이 거론된다.

앞서 2000년 제15기 4중 전회 때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임명됐고, 2004년 제16기 4중 전회 때는 후진타오가 장쩌민으로부터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물려받는 등 4중 전회에서는 중대한 인사변동이 있었다.

명보는 “시 주석이 후계자 등장을 통해 자신이 종신집권의 뜻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할 수 있다”며 “문화대혁명 시절 마오쩌둥이 린뱌오를 후계자로 지정했다고 해서 마오쩌둥의 권력이 사라졌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