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즉위하던 날, 도쿄 도심에선 “끝내자 천황제” 시위

입력 2019-10-23 16:13
22일 도쿄에서 일왕제도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뉴시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의식이 개최된 지난 22일 일본 도쿄 한복판에선 ‘천황제 폐지’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23일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쯤 도쿄 도심 신바시에서 번화가인 긴자까지 ‘천황제, 대물림 반대 네트워크’ 소속 시위대 500여명이 일왕제도에 반대하며 도보 행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과 대치하기도 했으며 시위 참가자 3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22일 도쿄 도심에서 천황제 반대 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이 '즉위식 중단'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시위대는 ‘즉위식은 헌법위반. 끝내자! 천황제’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즉위식 중단, 즉위를 축하하지 않는다’ ‘천황제는 필요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과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신코 이치(60)씨는 교토통신에 “즉위 의식은 천황이 주권자인 것 같은 이미지를 준다”면서 “정교분리 원칙에 반하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전체가 일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천황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천황제가 군국주의를 기반으로 주변국을 침략했던 일본 제국주의와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945년 태평양전쟁 종전을 끝으로 천황제는 정치적 실권을 상실했지만 일본 보수세력이 천황제를 앞세워 군국주의로 회귀하려 한다는 우려도 끊이질 않는다.

이같은 이유로 일본 야당인 공산당은 나루히토 일왕 즉위 행사에 불참했다. 고이케 아키라 일본 공산당 서기장은 “천황이 ‘다카미쿠라’ 위에서 즉위를 선언하고 그 아래에서 삼권의 장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것은 메이지 시대의 방식을 이어받은 것으로 헌법의 국민주권 및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