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에 설치된 현대아산 시설들을 철거하도록 지시하면서 금강산과 원산 일대에 걸친 대규모 관광 단지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 등 우리 측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금강산 관광 20주년 남북 공동 행사에서 “백두산 관광까지 개발하겠다”며 관광 개발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3일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들어내도록 하고 우리 식으로 건설해야한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또 “금강산과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관광지구로 세계적인 명승지답게 잘 꾸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대규모 관광 단지를 개발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왔던 김 위원장의 계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회장과 함께 금강산 20주년 남북 공동 행사에 참석했었던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 특구 개발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얼마나 큰가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현 회장에게 ‘내금강도 가져가시고, 백두산도 가져가시라. 백두산 관광까지 개발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원산을 관광지구로 지정하고 인근에 마식령 스키장을 짓는 등 내금강 개발을 해왔다. 김 수석대변인은 “내금강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외금강보다 몇 배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원산과 금강산에 이르는 제주도보다 면적이 넓은 세계적 관광 특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현 회장에게 전했는데도 반응이 없으니 약이 오른 것”이라고 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김 위원장 발언 중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할 것”에 유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관광 사업 개발 계획에 남측이 파트너로 응하지 않으면 북한 독자사업으로 가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것이다. 김 수석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개발에 욕심을 내는 것 같다. 우리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독자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