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멜로 ‘배가본드’ 완성한 ‘이승기표 액션’…“이렇게 만들었다”

입력 2019-10-24 04:00
드라마 '배가본드'(SBS)의 한 장면. SBS 제공


모로코행 비행기 추락으로 조카를 잃은 차달건(이승기)은 테러범을 잡으려 구불구불한 탕헤르 골목길을 누빈다. 그곳에서 만난 테러범 제롬(유태오). 무술 18단 스턴트맨 달건은 제롬과 추격전을 벌이는데, 압권이었다. 줄에 매달려 건물을 오가고 옥상은 파쿠르(맨몸 곡예)로 넘나든다. 달건이 건물 3층 높이에서 달리는 차를 향해 몸을 던질 때는 그야말로 손에 땀이 쥐어진다.

지난달 20일 방송된 ‘배가본드’(SBS) 첫 회는 이 같은 강렬한 시퀀스로 가득 채워졌다. 배가본드는 여객기 추락에 얽힌 군사 자본의 음모를 알아챈 달건이 국정원 요원 고해리(배수지)와 진실을 좇는 과정을 그린 극. 할리우드 영화 ‘본’ 시리즈 같은 흥미진진한 전개에 힘입어 10~11%(닐슨코리아)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첩보 액션과 로맨스가 버무려진 극인데, 멜로 서사는 다소 밋밋한 게 사실이다. 해리는 흠모하지만 자신을 늘 낮춰보는 팀장 기태웅(신성록)이 아닌 본인을 믿어주는 달건에게로 점차 마음이 기운다. ‘기획 4년, 제작 1년, 제작비 250억’ 타이틀 기대에 부응한 건 ‘액션’이었다. 배우들의 열연과 유인식 감독, 이길복 촬영감독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 등이 두루 어우러진 액션신은 충분히 눈을 사로잡을 만했다.


드라마 '배가본드'(SBS)의 한 장면. SBS 제공


특히 강풍 무술감독은 ‘치고받고 싸운다’ 같은 간명한 지문에 박진감 넘치는 그림을 덧씌워냈다. 가장 많이 신경 쓴 건 ‘개연성’이었다고 한다. 20여년간 스턴트로 활동한 경험을 살렸다는 강 감독은 2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특공무술 합기도 시스테마 등 무술을 종합하면서도 최대한 간결하고 빠른 액션신을 구성했다”고 했다. 실제 멋지면서도 현실성 넘치는 달건의 액션은 극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액션은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더 박진감 넘치게 구현됐다. 제작진은 40일가량의 모로코 포르투갈 현지 촬영에 앞서 철저한 사전답사를 진행했다. 로케이션 담당자는 영화 ‘007 스펙터’(2015) 등의 모로코 촬영을 담당했던 해외 프로덕션과 함께 현지 섭외를 진행했다. 촬영 직전에는 약 3달간 수백㎞를 돌아다니며 탕헤르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등 도시를 구석구석 훑었다고 한다.

현지 가정집은 직접 문을 두드려가며 섭외했는데, 추격전에 필요한 골목길과 파쿠르를 유려하게 담기 위한 옥상을 찾는 데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장민재 해외로케이션 매니저는 “구글맵 같은 지도가 무의미한, 미로 같은 골목길이 많았다”며 “다양한 높이의 옥상을 찾아야 하는 게 가장 많은 힘이 들었는데, 100군데 정도의 건물을 오르고 내린 것 같다”고 회상했다.


드라마 '배가본드'(SBS)의 한 장면. SBS 제공


배우들의 헌신도 대단했다. 이승기 배수지 등 배우들은 약 세 달간 액션스쿨에서 체력과 격투신 훈련을 받았다. 모두들 열의가 굉장했다고 전해지는데, 이승기는 하루 3시간에 달하는 트레이닝 외에도 크로스핏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체력을 다졌다고 한다.

그런 열정은 화면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2017년 말 특전사로 제대한 이승기는 제작발표회에서 “군 경험 덕에 총 쏘는 장면 등을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 그는 액션신의 9할을 대역 없이 소화했는데, 제롬의 차로 뛰어드는 4초가량의 장면도 4시간 동안 직접 뛰어내리길 수없이 반복해 만든 것이었다. 강 감독은 “배우들의 그런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가 극의 풍성한 디테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마지막 회까지 짜릿한 액션신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