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정자로 낳은 자녀도 부부 동의 땐 친자”… 대법원 판례 유지

입력 2019-10-23 14:33 수정 2019-10-23 16:55
법원

타인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이 나왔다. 배우자가 혼외관계로 낳은 자녀도 친생자로 추정된다며 36년 전 전원합의체 판례를 유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A씨가 자녀 둘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의 전 부인 B씨는 제3자 인공수정으로 첫 아이를 출산했으며, 이후 다른 남성 사이에서 둘째 자녀를 임신했다.

A씨는 둘 모두 친자녀로 출생신고했고, B씨와 협의이혼 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844조에 따르면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고, 이를 부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척기간 2년 내 친생부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3년 부부가 같이 살지 않는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으면 친생부인 소송이 아니더라도 친생추정을 부인할 수 있다는 판례를 내놨고, 지금까지 유지됐다.

2000년에는 친생추정을 번복하려면 친생부인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으론 불가능하다는 전원합의체 판단도 있었다.

A씨는 자녀 둘 모두 친생추정이 되지 않는 경우라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1·2심은 A씨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친생추정 예외 요건은 '비동거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에 한정되며, A씨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첫째 자녀는 제3자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동의했기 때문에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봤다.

둘째 자녀는 유전자형이 달라 친생자로 추정되진 않지만, A씨가 이 사실을 알고도 상당 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양 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친생추정 예외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5월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