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 회장, 경찰 조사 중…“성폭행 혐의 인정 못한다”

입력 2019-10-23 13:56 수정 2019-10-23 13:59
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2019.10.23 seephoto@yna.co.kr/2019-10-23 04:11:55/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23일 귀국하자마자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비서와 가사도우미를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후 미국에 머물러 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김 전 회장이 내리자마자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그를 경찰서로 옮겨 조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오전 3시47분쯤 수갑을 찬 손목을 천으로 가리고 경찰관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입국장에 나타났다. ‘성추행·성폭행 혐의 인정하느냐’, ‘왜 이제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호송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질문이 계속되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고 답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인가’라는 질문에는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와 비서 성추행 혐의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며 “조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2019.10.23 seephoto@yna.co.kr/2019-10-23 04:11:26/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고소당했다. 김 전 회장의 비서로 일했던 A씨도 2017년 2∼7월 김 전 회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해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체류 기간을 연장해 계속 머물러왔다.

고소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린 뒤 가사도우미 성폭행 건과 여비서 성추행 건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경찰이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한 지 3개월 만이다. 김 전 회장 측은 몇 주 전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입국 계획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과 입국시기를 사전에 조율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 조사는 고소장을 제출 당시 이뤄져 추가 조사 계획은 없다”며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