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x봉준호 특별대담 “영화, 언어 뛰어넘어”

입력 2019-10-23 11:21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특별한 대담을 가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최근 영화 전문 채널 Nihon Eiga를 통해 방송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 봉준호, 가족을 그리다’라는 주제의 대담에 나란히 참석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개봉에 맞춰 마련된 자리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하나’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2006년 오픈토크 행사와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 개봉 당시 넷플릭스를 통해 가졌던 두 번째 대담 이후 세 번째로 이루어졌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거장 감독들은 2년 연속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으로 71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72회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소재로 각자의 감성을 스크린에 녹여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특히 ‘기생충’은 국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는데, 지난 11일 북미에서 개봉해 2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11위에 오르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다음날 메일로 축하 연락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기생충’의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봉준호 감독의 평가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봉준호 감독의 작품 그리고 한국 영화가 처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굉장히 좋은 타이밍이었다”고 화답했다.

해외 촬영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옥자’를 찍을 때는 해외 촬영, 외국어 대사 같은 부분보다는 규모의 차이가 크게 다가왔고, 예전 ‘도쿄!’를 찍을 때는 언어가 다른 배우들과 소통하는 것에 있어서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훌륭한 통역가들의 도움으로 촬영을 진행하면서 ‘배우들과 똑같은 감정을 나누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배두나와 함께했던 ‘공기 인형’을 이야기하며 “언어를 몰라도 표정이나 분위기 등으로 연기에 대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가치관이 공유되면 현장은 문제가 없었고, 언어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경험으로 프랑스에서 프랑스,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 하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 도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전설적인 여배우 파비안느(까뜨린느 드뇌브)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을 발간하며 딸 뤼미르(줄리엣 비노쉬)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서로에게 쌓인 오해와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12월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