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 작으면, 심근경색·뇌졸중 위험 높아진다

입력 2019-10-23 11:09 수정 2019-10-23 11:52
국민일보 자료사진

소아·청소년이나 성인 모두 키가 작으면 심근경색, 뇌졸중을 일으키는 ‘이상지질혈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상지질혈증은 피 속의 총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돼 있거나 HDL-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를 말한다. 콜레스테롤은 지방 성분의 일종이다.

특히 아이의 경우 키를 키우려는 욕심으로 과도한 열량의 음식을 섭취하면 비만으로 이어져 더욱 이상지질혈증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팀은 2007~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만7889명(12~59세)의 신장별 혈액 지질 농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3일 밝혔다.

청소년에서는 키가 작을수록 혈중 총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 농도가 증가했다. 반대로 HDL-콜레스테롤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인에서는 키가 작을수록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의 세 가지 혈중 지질 농도가 모두 증가했고 HDL-콜레스테롤은 줄었다.

키가 하위 10백분위 수(100명 중 밑에서 열번째) 미만에 속하는 저신장 청소년에서 고 LDL-콜레스테롤혈증이 발생할 위험도는 키 상위 90백분위 수(100명 중 90번째) 이상에 속하는 고신장 청소년에 비해 약 3.1~4.3배 증가했다.

성인에서는 고신장에 비해 저신장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고LDL콜레스테롤혈증 뿐만 아니라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도가 모두 약 1.5~2.6배 높게 나왔다.

박미정 교수는 23일 “성장 호르몬이 부족하면 LDL-콜레스테롤의 분해를 잘 못시키고 저신장에서는 골수 활동이 감소해 지질 대사 조절이 어려워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돼 있다”면서 “이는 작은 키와 비 정상적인 지질 농도의 연관성을 부분적으로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신장이 단순히 외모 문제를 넘어서 심혈관질환 및 이상지질혈증 위험도 상승과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키가 작을수록 표준 체중을 유지하고 식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이상지질혈증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신혜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은 ‘침묵의 살인마’라고 불리듯이 혈관이 막혀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청소년기에도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죽상경화증’(피가 죽처럼 끈적끈적해지고 혈관이 딱딱해짐)의 초기 병변이 혈관에 발생하기 시작하므로 이상지질혈증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비만 청소년에 국한돼 시행되던 지질 검사를 저신장 청소년들에게도 시행하는 것이 이상지질혈증을 조기 발견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10월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