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이어 금강산을 찾았다. 백두산 등정에 함께했던 ‘백마’ 대신 ‘지팡이’를 짚고 금강산 관광지구를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선친의 ‘대남의존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의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 현지지도 사진을 23일 공개했다. 사진에 따르면 이번 현지지도는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여정·조용원·리정남·유진·홍영성·현송월·장성호를 비롯한 당 간부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이 수행했다. 약 4개월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비교적 얇은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때로는 지팡이의 도움을 받으며 산길을 걸었다. 그 곁을 남색 코트를 입은 리 여사가 지켰다.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등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들을 둘러본 그는 “보기만해도 기분 나쁜” “너절한” 등의 혹평을 쏟아낸 뒤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 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라”고 말했다.
또 “금강산은 피로써 쟁취한 우리의 땅”이라고 선을 그으며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강산관광사업은 김 국방위원장 시절 한국의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사업이다. 최고지도자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아버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공개 비판’은 남측이 지난해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합의하고도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자 직접적인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북한 매체가 지난 16일 보도한 ‘백두산 백마 등정’ 당시에도 백두산 입구에 자리잡은 삼지연군 건설현장 둘러보는 등 경제시찰에 나섰다. 본인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말에는 ‘별 장식’을 달아 ‘백두혈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백마는 김일성 주석 때부터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백두산이 ‘혁명의 성지’로 통하는데다 김 위원장이 과거 정치외교적으로 중요한 고비 때마다 이곳을 찾았다는 점에서, 그가 중대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삼지연에서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 앞에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더는 고통이 아니라 그것이 그대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며 “적들이 우리를 압박의 쇠사슬로 숨조이기 하려 들면 들수록 자력갱생의 위대한 정신을 기치로 들고 계속 잘 살아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우리 혁명사에서 진폭이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