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업은 전통시장, 마트 ‘가정간편식’ 시장 정조준

입력 2019-10-23 11:15
서울 전통시장들이 산지에서 이틀 안으로 공급받게 될 1~2인 가구용 방울토마토. 서울시 제공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의 전유물이던 ‘가정간편식(반조리·완전조리 식품)’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카레·닭볶음탕용 손질채소와 1~2인 가구용 방울토마토·무 같은 채소류부터 시작한다. 서울시와 농협이 지원사격에 나선다.

서울시는 산지에서 전통시장까지 24시간 내 직배송하는 사업을 5개 전통시장에서 시범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산지와 물건을 대량으로 직거래해 원가를 낮추는 대형마트처럼 시장 여러 곳이 연합해 대량 직거래에 나서는 유통구조를 만들었다. 구매한 상품은 농협의 전국 유통망에서 농약검사를 한 뒤 소포장 처리한다.

기존 전통시장은 각자 상품을 소량 구매해 직배송이 어려웠다. 최대 5단계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상품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유통비용이 높아졌다. 이윤 및 재고 처리 문제로 최근 대세로 자리잡은 1~2인 가구용 소량 판매가 어려웠다.

시범 사업은 오는 25일부터 강동구 5개 전통시장에서 시작한다. 암사시장 명일시장 고분다리시장 둔촌역시장 성내시장이 해당된다.

이곳에서는 산지에서 수확한 과일과 채소 등 1차 농산물은 24시간 이내, 손질채소와 간편식은 전처리 및 소포장 후 2일 이내 시장에 신선한 상태로 납품된다. 충북 충주에서 딴 방울토마토와 강원도 홍천에서 수확한 무는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상점에 배송된다. 방울토마토는 약 700g 소포장 기준 마트보다 10~20% 싸게 판매한다.

시범사업 품목은 1~2인가구용 방울토마토와 무를 비롯해 3~4인용 닭볶음탕·생선찌개·카레용 손질채소다. 상품은 모든 세대가 선호하고 지역소비자가 주 1회 정도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것들이다. 높은 저장성과 마트 등의 가정간편식을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2021년 서울지역 시장과 골목상권의 30%에 이르는 약 1800여개의 상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품목 확대와 유통‧판매방식 등을 체계적으로 보완한다. 이를 반영해 내년 일차적으로 관련 상점이 밀집돼 있고 상인회가 잘 조직된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확대 운영한다.

아울러 공동브랜드 활용, 소비자 수요 파악, 유통시스템 체계적 확보를 통해 상인이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한다. 수익형 모델을 창출하도록 지원한다는 뜻이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우리농산물 공동구매 사업은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의 목적인 규모의 경제에 대응하는 협력의 경제”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이 지역소비자 생활에 도움을 주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