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선수,안전망 없이 대거 방출’ FA총액 일부 환원 등 연금 필요

입력 2019-10-23 10:36

SK 와이번스 좌완 투수 정혁진(25)은 북일고를 졸업한 2013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25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됐다. 그해 시즌이 끝난 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트윈스로 이적해야 했다. 2017년 시즌 도중 방출됐다. 지난해 시즌에 앞서 SK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또다시 지난 22일 SK에서 방출됐다.

정혁진은 7년 프로 생활동안 1군 무대를 한 번도 밟은 적이 없다. SK에서 같이 방출된 포수 이동근(27), 내야수 강동권(20), 외야수 류효용(25)도 1군 경험이 전무하기는 마찬가지다.

SK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이 방출 명단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7명, 한화 이글스 11명, KIA 타이거즈 3명, KT 위즈 3명, LG 트윈스 2명 등이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보류 선수 명단이 발표되면 방출 선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2군에만 있다가 방출 되는 경우가 많다. 청운의 꿈을 안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지만, 이름 한번 제대로 알리지 못한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최저연봉인 2700만원을 받거나 3000만원 이내의 연봉을 받아왔다. 1군 선수의 평균연봉이 2억5000만원을 넘는데 비해 2군 선수들의 평균은 30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구단에서 일부 장비를 지급하긴 하지만 실력 향상을 위해 자신들이 구입하는 것도 많다. 1군과 달리 재활 과정도 자신의 몫이다. 근로자가 아닌 프로야구 선수들은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방출 등을 통해 사회에 나왔을 때 안전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퇴직금은 언감생심이다. 야구만을 생각하고 살아온 이들이기에 새로운 삶을 찾기란 쉽지 않다.

10개 구단과 KBO, 선수협이 FA제도 제한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저임금 선수들의 안전망 구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FA 금액 일부 환원 등을 통해 기금을 갹출해 연금 제도 도입을 앞당기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론 최저 연봉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