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터키 접경에 위치한 시리아 내 ‘안전지대’에서 쿠르드 민병대(YPG)를 철수하고, 러-터키 양국 군의 합동 순찰에 합의했다. 아울러 군사 작전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경우, 러시아 군사경찰과 시리아 정부군을 투입해 쿠르드 민병대 철수를 유도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이같이 발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내일(23일)부터 우리의 프로젝트를 이행하겠다”며 “150시간 이내에 모든 테러 세력인 쿠르드 민병대와 중화기들은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30㎞밖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터키군과 러시아군이 쿠르드 민병대 철수를 확인할 것”이라며 “시리아-터키 국경으로부터 폭 10㎞에 걸친 터키의 군사작전 구역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터키는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가 쿠르드 민병대인 것으로 규정했다.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 문제로 보고 있다.
러시아-터키 양국 외무장관은 푸틴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론 브리핑 뒤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담은 10개 항의 양해각서를 각각 낭독했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쿠르드 독립 세력 부대와 군사 조직은 23일 정오부터 150시간 이내에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30㎞ 외곽 지역으로 철수를 마무리해야 한다. 철수 완료 후 시리아 북동부 도시인 까미슐리를 제외한 터키의 ‘평화의 샘’ 군사작전 구역 동서 방향으로 폭 10㎞ 구간에 대한 러-터키의 합동 순찰이 시작된다.
아울러 23일 정오부터 ‘평화의 샘’ 작전 구역 이외의 시리아-터키 접경 시리아 영토로 러시아 군사경찰 부대와 시리아 국경수비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양국 외무장관은 “이들은 쿠르드 독립세력 부대와 군사 조직이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30㎞외곽 지역으로 철수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터키는 합의를 감독하고 검증할 공동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터키가 그동안 주장해 온 시리아 내 안전지대와 양해각서에 언급된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30㎞’의 폭은 일치한다. 터키는 그동안 유프라테스강 동쪽의 시리아 국경을 따라 길이 444㎞, 폭 30㎞에 달하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겠다고 주장했었다. 터키는 안보 위협 세력인 쿠르드 민병대를 몰아내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 중 100만명 이상을 이곳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현재 시리아 난민은 360만명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이 시리아 문제와 관련한 운명적인 결정에 버금가는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줬다”고 평가했다.
터키는 지난 9일부터 시리아 북동부 지역으로 진격해 ‘평화의 샘’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지난 17일 미국의 중재로 5일 동안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다. 합의는 22일 밤 종료됐다. 따라서 러시아와 터키는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쿠르드 민병대가 안전지대에서 철수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 러시아 입장에서는 터키군의 군사작전 개시 이후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철수한 미군을 대신해 이 지역에 자국 군대를 파견하기로 하면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정부군이 북동부를 비운 사이 이 지역을 장악한 쿠르드족은 민병대를 조직해 이 구역을 자치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