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갖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대한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번 면담을 통해 한·일 갈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일 간 대화의 물꼬는 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22일 열린 궁정연회에 참석한 이후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우리 정부 대표로 일왕 즉위식에 참석, 2박3일간의 방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날 이 총리는 일왕 즉위식과 궁정연회에 참석한 데 이어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 의인의 추모비를 찾았다. 이 총리는 이날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와의 면담 이후 아베 총리 내외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이 총리는 “모든 신경은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 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할 계획이다. 이번 면담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처음 열리는 양국 최고위급 대화다. 하지만 이 총리는 “상황이 어떤지 이미 다 알고 왔는데, 드라마틱하게 말 몇 마디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10분 남짓한 면담으로는 한·일 갈등 근원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와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좀 세게 하자’ 이 정도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총리는 “내가 먼저 무슨 각론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며 “(일본 측이) 한국 사정을 모르고 말한다면 그 제안의 맹점이나 왜 한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하는 설명을 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일 갈등은 해결돼야 하지만 일본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친서에 담긴 문 대통령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양국 갈등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 간 만남도 가능하다.
이 총리는 궁정연회에서 아베 총리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모레 만납시다’고 했고 ‘모레 잘 부탁합니다’고 답했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이 총리에게 자신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소개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도쿄=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