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모든 신경은 아베 총리와 면담에 가 있다”

입력 2019-10-23 09:29 수정 2019-10-23 09:59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를 알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소재 고쿄(皇居)의 규덴(宮殿)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4일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갖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대한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번 면담을 통해 한·일 갈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일 간 대화의 물꼬는 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22일 열린 궁정연회에 참석한 이후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우리 정부 대표로 일왕 즉위식에 참석, 2박3일간의 방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날 이 총리는 일왕 즉위식과 궁정연회에 참석한 데 이어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 의인의 추모비를 찾았다. 이 총리는 이날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와의 면담 이후 아베 총리 내외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이 총리는 “모든 신경은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 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할 계획이다. 이번 면담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처음 열리는 양국 최고위급 대화다. 하지만 이 총리는 “상황이 어떤지 이미 다 알고 왔는데, 드라마틱하게 말 몇 마디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10분 남짓한 면담으로는 한·일 갈등 근원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와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좀 세게 하자’ 이 정도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총리는 “내가 먼저 무슨 각론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며 “(일본 측이) 한국 사정을 모르고 말한다면 그 제안의 맹점이나 왜 한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하는 설명을 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일 갈등은 해결돼야 하지만 일본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친서에 담긴 문 대통령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양국 갈등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 간 만남도 가능하다.

이 총리는 궁정연회에서 아베 총리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모레 만납시다’고 했고 ‘모레 잘 부탁합니다’고 답했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이 총리에게 자신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소개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도쿄=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