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범 서식지 백령도 하늬해변, 쓰레기가 뒤덮었다!

입력 2019-10-22 19:46
서해 최북단 백령도 북동쪽 해안의 쓰러진 철조망. 인천녹색연합 제공

인천녹색연합이 백령도의 해안지역을 답사한 결과 해안지역의 환경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령도 하늬해변은 해양수산부에서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를 조성할 정도로 백령도에서도 핵심 점박이물범서식지로 해안환경관리가 매우 중요한 곳이다. 백령중·고등학교 물범동아리 학생들과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은 점박이물범모니터링과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을 위해 정기적으로 하늬해변을 찾고 있다.

바로 이곳 해변을 따라 ‘지뢰’ 출입금지 빨간색 경고문구가 붙은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데 철조망의 약 절반정도는 무너진 채 방치되고 있다. 쓰러진 철조망은 모래와 자갈에 파묻혀 있고 파묻힌 철조망 위와 철조망 안쪽으로는 해양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백령도의 북동쪽 해안지역의 환경관리실태를 파악했다.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는 수년 전 서북도서요새화사업으로 도서경관이 크게 훼손된 데 이어 해안지역의 군 관련된 시설들이 관리되지 않고 있어 말썽이다.

각종 시설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어 환경훼손유발은 물론 주민과 관광객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인천시, 옹진군 차원에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철거와 정비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령도의 북동쪽 하늬해변에는 천연기념물 제393호 지정된 감람암포획현무암이 분포하고 있다. 감람암포획현무암은 지구 내부 수십㎞에 있던 감람암이 상승하던 마그마에 포획되어 올라온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매우 희귀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 중요장소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는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늬해변은 1981년 서울대학교 학술조사에서 신석기시대의 조개더미가 발견된 곳이다. 패각은 총 750m에 걸쳐 남아있고 발굴조사에서 빗살무늬토기와 민무늬토기 파편이 나온 선사시대 유적지로도 매우 중요하다.

용기원산에서 말등바위~하늬~거북이~당개로 이어지는 백령도 북동쪽 해변은 패총과 감람암포획현무암 등 역사문화유적지이다. 이곳은 국가지질공원일 뿐 아니라 주민들이 굴을 쪼고 미역과 다시마를 채취하는 생활터전이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공공근로 주민들은 쓰러진 철조망 넘어 쓰레기를 집게로 집어내고 있다. 그러나 대형 스티로폼이나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중국발 부의들은 ‘지뢰’ 경고문구로 수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철조망 바깥 해안가에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데 일부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철조망을 넘나들기도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위험천만한 일이 계속돼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경고문구대로 해안가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면 해안지뢰와 철조망 제거 및 철조망 보강 등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주민과 관광객 안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하늬해변에는 인천녹색연합이 지난해 이미 지적한대로 쓰러지고 모래에 파묻혀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용치가 수백 개 있다. 쓰러진 용치와 무너진 철조망은 백령도 해안의 현재 모습이다.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는 철조망 안쪽까지 날아가고 모래와 자갈에 파묻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가고 있다. 태풍에 떠밀려온 자갈들이 쌓이면서 쓰레기들은 깊숙하게 파묻히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이제라도 국방부와 인천시, 옹진군은 쓰러진 용치, 철조망 등 방치되고 있는 군시설에 대해 일제히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철조망과 용치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유실되었을지 모를 지뢰제거 작업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