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소속팀으로부터 협박과 강요를 당해 불리한 조건으로 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폭로한 ‘카나비’ 서진혁을 돕겠다고 22일 밝혔다.
같은 날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e스포츠 선수와 게임단 간의 계약 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로 계약을 맺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스포츠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서진혁은 최근 소속팀 그리핀과 모기업 스틸에잇으로부터 중국 징동 게이밍(JDG)으로의 완전 이적 및 장기 계약을 강요당했다고 폭로했다.
하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며칠 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프로 대회에서 활동명 ‘카나비’라고 하는 초특급 유망주 선수 1명이 소속팀으로부터 협박과 강요를 당해 불리한 조건으로 사실상 노예계약을 맺었다는 폭로가 나왔다”면서 “기성세대의 불공정한 틀 속에서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해 일명 ‘카나비 구출작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현재 이 대회 주관사들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나 조사 범위가 제한적이다. 자신들이 만든 내부 규정에만 한정되어 있다. 또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이해당사자라는 분명한 한계점 때문에 공정한 조사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실에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조사해봤다. 폭로된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률적 약자에 해당하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매니지먼트가 갑질·협박으로 불공정계약을 맺게 한,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의혹 내용이 선수를 보호하기는커녕 순수한 아이에게 협박과 계약 종용을 하고 이익을 편취하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심각한 불공정은 이해관계가 있는 업계 사람들만 모여서 얼렁뚱땅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나서서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기성세대가 만든 불공정의 틀 속에 청년들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미래가 잘못될 것이 두려워 갖은 협박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청년들이 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제가 뒤에서 끝까지 돕겠다”고 전했다.
‘이스포츠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 의원은 “최근 그리핀과 서진혁 간 계약 논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e스포츠 구단(게임단)과 선수 간 계약 형태는 체계적이지 않은 형편”이라면서 “선수들이 구단과 불공정 계약을 맺고, 이로 인하여 금전적·정신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 의원은 “e스포츠 특성상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 많아 무리한, 그리고 악의적인 내용이 담긴 불공정 계약을 맺는 사례가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개정안을 통해 e스포츠 선수들이 억울한 계약을 맺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개정안의 발의 목적을 밝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여 전문이스포츠용역과 관련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이스포츠 분야의 사업자 및 이스포츠 단체에 대하여 이를 보급하여야 한다. ▲제1항에 따른 표준계약서의 내용, 보급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표준계약서를 제정 또는 개정하려는 경우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각 이스포츠 분야의 사업자 및 이스포츠 단체는 선수와 계약을 체결할 때 제1항의 표준계약서를 따라야 한다.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여 공포되면 3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서진혁은 지난 21일 새벽 김대호 그리핀 전 감독의 개인방송을 통해 조규남 그리핀e스포츠 대표와 스틸에잇으로부터 JDG로의 완전 이적 및 장기 계약을 강요당했다고 폭로했다. JDG에서 임대 선수로 활동 중인 서진혁은 조 대표가 “JDG와 템퍼링(사전 접촉)을 했다”며 그를 협박해 JDG와의 5년 계약에 동의하게끔 강요했다고 밝혔다.
스틸에잇은 “JDG가 서진혁의 완전 이적을 원할 경우 그리핀에 요청해 팀과 팀의 협의 하에 임대 계약을 이적 계약으로 갱신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JDG와 그리핀이 이적 계약서에 사인을 한 적이 없기에 서진혁은 그리핀 소속으로 JDG에서 임대 신분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