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던 볼리비아 現대통령, 하루만에 4선 연임 유력?

입력 2019-10-22 18:07 수정 2019-10-22 18:19
볼리비아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라파스 최고선거재판소(TSE) 앞에 모여 대선 개표 결과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결선 투표 실시가 유력해보였던 볼리비아 대선 개표 상황이 하루만에 돌연 뒤집히면서 에보 모랄레스 현 대통령이 4선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개표 과정으로 인한 ‘조작 의혹’이 확산되면서 볼리비아 전역이 들고 일어섰다.

볼리비아 선거관리당국인 최고선거재판소(TSE)는 21일(현지시간) 전날 치러진 대선의 신속 전자개표가 95.63% 완료된 시점에서 여당인 사회주의운동(MAS)의 모랄레스 대통령이 46.85%, 야당인 시민사회의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이 36.74%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두 후보 사이 격차는 10.11%포인트다. 볼리비아 선거법은 대선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한 상태에서 2위와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질 경우 2차 결선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모랄레스 대통령의 연임이 유력해진 상황이다.

문제는 전날 TSE가 중간 개표 결과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두 후보의 격차가 10%포인트에 못 미쳐 결선 투표가 유력했다는 데 있다. TSE는 투표 마감 4시간쯤 후 개표를 83.76% 마친 시점의 개표 상황을 공개했는데 모랄레스 대통령이 45.28%, 메사 전 대통령이 38.16%를 기록해 격차는 7.12%포인트에 불과했다. 메사 전 대통령은 이에 일찌감치 결선 투표를 기정사실화하며 “의심할 여지 없는 승리”라고 자축했다. 양자대결인 결선 투표에서는 중도우파 정당 후보인 자신에게 야권 표가 결집할 가능성이 높아 한결 유리한 선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SE의 개표 결과 발표는 그 이후 별다른 설명도 없이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대선 전부터 모랄레스 대통령이 개표 조작을 통한 부정선거를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던 야권은 선거관리당국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각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TSE는 발표 중단 하루만인 이날 다시 개표 결과를 공개했다. 야권 지지자들은 개표 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하루 동안 두 후보의 격차가 3%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것에 대해 불신을 표했다.

메사 전 대통령이 곧바로 신속 개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야권 지지지들의 시위는 한층 격렬해졌다. 이에 맞서 모랄레스 지지자들도 대항 시위를 벌이면서 볼리비아 정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카를로스 로메로 내무장관은 “야권이 폭력행위를 부추기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 최초 원주민 대통령으로 2006년 취임 후 14년째 집권 중이다. 중남미 최장수 현역 지도자인 그가 4선 연임에 성공할 경우 2025년까지 무려 19년간 장기 집권하게 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