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말 끊은 文대통령, 대법원장에게 “협력 구하는 발언하라”

입력 2019-10-22 17:26 수정 2019-10-22 17:54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대법원의 법원 개혁 법안도 (국회에) 계류 돼 있지 않나. 협력을 구하는 말씀을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문 대통령의 말에 따라 여야 지도부에게 협조를 구했다. 사법부의 수장에게 사실상 지시를 내린 모양새다. ‘삼권분립’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환담을 하러 들어서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19.10.22 xyz@yna.co.kr/2019-10-22 10:33:07/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 시정연설 직전 가진 사전 환담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국회부의장들 및 여야 지도부와 김 대법원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에서도 법원 개혁하는 법들이 좀 계류가 되어 있죠?”라며 “협력을 구하는 한 말씀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발언 직후에는 웃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문 대통령의 언급 직후 여야 지도부를 상대로 “다른 행정 부처도 마찬가지겠지만 대법원에서도 10월 달에 법원 개정안에 관련된 법안을 내놨다”며 “어쨌든 정기국회 내에 저희들이 낸 개정안이라든지 제도 개선과 관련된 것에 조금 더 관심 가져 주시고, 입안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해당 발언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질문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했다. 황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일로 국민들의 화가 많이 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관해 대통령께서 직접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답하지 않고 갑자기 김 대법원장에게 “법안 협력을 구하는 말을 하라”고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 등과 환담하고 있다. 2019.11.22.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해야 할 이야기를 문 대통령이 지시하듯 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사실상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지시를 하는 모양새 아니냐”며 “비록 자신이 임명했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법부의 수장이고 엄연히 삼권분립 원칙이 있는 것”이라며 “민주연구원이 조국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했다고 비판한 것부터 대통령 발언까지 사법부를 마치 행정부 소속처럼 대하는 행태가 도를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저는 우리 법원을 그렇게 믿지 않는다”며 “정상 국가에서는 (정경심 구속영장) 발부 확률이 0%지만, (우리 법원은) 반반”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