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23일 밤’ 앞둔 정경심…혐의·건강이 구속여부 가른다

입력 2019-10-22 16:16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홀로 재판장석에 앉고, 약 4m 거리의 맞은편 피의자석에 정 교수가 앉는다. 정 교수를 기준으로 왼편에는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 관계자들이, 오른편에는 정 교수의 변호인단이 자리한다. 심리 중 정 교수는 ‘피의자’로 호칭된다.

이 법정은 지난달 1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설립 자본금 일부가 정 교수로부터 나왔다”고 진술했던 곳이다. 종전까지는 정 교수 측이 조씨에게 거액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피해자일 뿐이라는 논리가 있었다. 하지만 조씨의 진술과 구속을 전후해 검찰이 보는 정 교수는 조씨의 피해자가 아닌 공범에 가까워졌다. 정 교수가 ‘가족 사모펀드’의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주가조작에도 개입했다는 정황은 조사를 거쳐 자본시장법위반 혐의가 돼 있다.

정 교수 측은 여전히 “사모펀드 부분은 조씨의 잘못을 정 교수에게 덧씌우는 것” “사모펀드 실질 운영주체 문제에 대한 오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관 출신 변호인들을 대거 선임한 정 교수 측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논변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22일 “구체적인 변론 내용을 미리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결국 구속 사유가 없음을 주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으며,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도 없으니 불구속 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이와 정반대다. 가족 사모펀드를 통한 자본시장범죄, 자녀 학사비리 등에서 정 교수가 핵심 피의자라는 것이다.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적용한 11개의 죄명 가운데에는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도주 우려는 없다 하더라도, 증거인멸 정황은 다각도로 포착돼 영장의 발부 요건에 부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이던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증거인멸의 정황이 포착된 이상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면 구속이 이뤄질 것이라 본다”고 관측했다.

법조계가 이번 영장 재판의 변수로 꼽는 것은 정 교수의 건강 상태다. 앞서 정 교수 변호인단 중 한 변호인은 직접 병원에 가서 뇌종양·뇌경색 병명과 질병 코드가 기재된 서류를 받아 검찰에 제출했다. 병원명과 의사명이 가려져 있어 서류의 진위를 두고 논란도 있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직전 나름의 방법으로 정 교수의 건강 상태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고, 정 교수가 수감 생활을 견디지 못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의 상태에 대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입장차가 선명한 만큼 오전에 시작되는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늦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는 8시간41분이 소요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최장 기록으로 본다. 당시 영장전담판사는 심사 이후에도 장고를 했고, 박 전 대통령은 다음날 새벽 3시3분 구속이 결정됐다. 정 교수의 구속 여부 역시 심야까지 결론이 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경원 허경구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