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응어리, 너무 억울해”…제주4·3생존수형자 두번째 재심재판 청구

입력 2019-10-22 15:59 수정 2019-10-22 16:05

제주4·3당시 불법 재판을 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 생존자들이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2017년 4·3 생존수형인 18인이 같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지난 1월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데 이은 두 번째 청구다. ‘4·3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모두 무효화한다’는 내용의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이 같은 개별 재판 청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4·3도민연대는 22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차 4·3생존수형인 재심재판 청구서를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재심 청구인은 군사재판 연루 7명과 일반재판 연루 1명 등 모두 8명이다. 1948∼1949년에 내란죄 등 누명을 쓰고 징역 1∼3년 형을 선고받아 전주형무소에 4명, 인천형무소에 2명, 목포형무소에 2명이 갇혔다. 88세에서 94세의 고령이 된 이들은 현재 제주, 서울, 인천, 안양, 부산, 일본 등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일반재판을 받고 형무소에 갇힌 피해자도 1명 포함됐다.

4·3 당시 일반재판으로 수형 됐던 김두황(91) 할아버지는 이날 회견에서 “영문도 모르게 잡혀가 1년 형을 받고 나왔다”며 “한평생 응어리진 마음을 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1월 4·3생존수형인 18인이 제주지법으로부터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데 이은 두 번째다. 첫 번째 재판에서 청구인들은 명예회복과 더불어, 1인당 8000만원에서 14억원까지 모두 53억4000만원의 형사보상금 지급을 결정받았다.

생존수형자들의 재심 청구는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은 4·3수형인에 대한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생존수형인들은 개별적인 재심청구 재판 없이 일괄적으로 명예회복 조치를 받게 된다. 4·3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1999년 국회 추미애 의원이 국가기록원에서 찾아 공개한 수형인 명부에는 4·3당시 불법 재판을 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제주도민이 2530명으로 기록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전쟁 발발 후 상부 명령에 따라 처형되고, 일부는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2차 재심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 일반재판에 연루된 청구인의 경우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핵심은 당시 불법구금과 고문 등 불법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