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현대차에 ‘합작법인 100% 지분’ 허용…한국 기업에 손내미는 이유

입력 2019-10-22 15:16 수정 2019-10-22 19:53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난 15일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미래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현대차그룹의 중국 합작 법인에 100% 지분 매입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앞서 리커창 총리가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고, 관영매체가 삼성의 ‘품위 있는 공장 폐쇄’를 극찬하는 등 잇따라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사드(THAAD) 갈등 이후 소원해진 한국에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이자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려움에 처한 중국이 외국기업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테니 중국을 떠나지 말고 투자를 늘려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대차그룹의 중국내 합작법인인 쓰촨(四川) 현대가 중국 측 합작 파트너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이례적으로 현대차에 중국 현지법인의 지분 100%를 소유하도록 제안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중국매체에서도 현대차그룹이 2020년 초 쓰촨 현대 지분을 100% 확보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었다.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량을 생산하는 쓰촨현대는 2012년 현대차와 쓰촨난쥔자동차그룹이 지분 50대50으로 쓰촨현대를 설립해 현재 연간 16만대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지분 매입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 구체적인 것은 없고 최종결정은 향후 시장 상황에 달려있다”고 SCMP에 밝혔다.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량을 생산하는 쓰촨 현대는 2012년 현대차그룹이 쓰촨난쥔(南駿)자동차그룹과 지분 비율 50 대 50으로 설립한 합작 회사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산업 합작회사에서 중국 측 지분 하한을 50%로 규정하고 있으나 2022년까지 외국자본 비율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중국정부망 캡처

앞서 리커창 총리는 지난 14일 중국 산시성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중국의 대외개방의 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 시장은 넓고 산업이 중·저에서 고부가가치 분야로 나아가고 있으며, 거대한 사업기회가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삼성을 포함한 각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계속해서 중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지식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하며 중국에 등록한 모든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5일 ‘삼성은 중국 시장에서 패배자가 아니다’라는 칼럼을 통해 “삼성이 ‘품위 있게’ 중국 내 마지막 휴대전화 공장 문을 닫아 중국 네티즌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삼성이 퇴직자들에게 퇴직금과 사회보험료 추가분, 브랜드 시계 등을 제공하고 퇴직자들이 새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은 직원들을 덜 대우하는 일부 중국 제조업체에 가르침을 줬다”며 “중국 업체들이 외국 경쟁업체로부터 어떻게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족하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여전히 점유율이 높다”며 “해외 투자에 주목하는 중국 기업들이 삼성에서 배우지 못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