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여야지도부와 국회에서 환담했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 요청에 특별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고 말한 뒤 “허허허”하며 웃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위한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사당 본청 3층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환담했다. 이 자리에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해온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말을 건네면서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조 전 장관을 언급했다. 그는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게 해 주신 부분은 아주 잘하신 것”이라며 “다만 조국 전 장관을 임명한 그 일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이 굉장히 분노라고 할까,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 부분에 관해서는 대통령께서도 직접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임명 사태로 국론이 분열된 점을 강조하며 직접적인 유감 표명을 요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문 대통령은 황 대표의 언급을 들으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별다른 답변은 없었다.
야당의 성토는 이어졌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도 “평소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 많이 귀담아 주시고 하면 더 대통령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뒤엔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듣고 문 대통령은 “그런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며 소리 내어 웃었다고 환담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외에 조 전 장관 사태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눠진 국론 분열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열린 마음으로, 광화문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 우리 경제 활력, 민생을 살리는 것이 가장 절박한 과제”라며 “당연히 정부가 노력을 해야겠지만 국회도 예산안으로, 법안으로 뒷받침을 많이 해달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남북문제가 잘되면 우리 민족이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오는 것도 같다”며 “그것에 대한 우리가 철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이 모든 정치의 중심이다.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법원을 개혁하는 법도 좀 계류가 돼 있지 않나. 협력을 구하는 말씀을 해 달라”라며 말을 돌렸다. 김 대법원장은 “정기국회 내에 법원 개정안 등이 처리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오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에 천황 즉위식에 축하 사절로 가서 (환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한일 의원 간 교류 현황에 대해 물었다.
문 의장은 “(의원 간 교류가) 많이 있었고 저도 많이 접촉했다”며 “내달 도쿄에서 G20 국회의장 회의가 있어 깊숙한 토론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