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민원에 공장 ‘먼지털이’ 조사했지만...법원 “단속권 남용”

입력 2019-10-22 11:42

법원이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는데도 민원을 이유로 과도한 단속을 한 지자체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부장판사 임정엽)는 경기도 안양에서 재생 아스콘 등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A사가 안양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안양시가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안양시의 단속에 따른 재산상 손해로 1000만원, 회사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 위자료로 1000만원을 책정했다.

A사로부터 80m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2017년 6월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을 이전해달라는 탄원서를 안양시에 제출했다. 안양시는 이듬해 3월 41명의 공무원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25일간 19차례 단속활동을 벌였다. 여러 담당 부서에서 서로 다른 내용의 단속에 나섰고, 개별 단속 항목만 70차례가 넘었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이 문제제기한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서는 벤조피렌 등의 배출량이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A사는 “조사권을 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주민의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다수의 공무원을 동원해 단속행위를 반복하거나 오염물질 배출과 무관한 단속까지 해 A사를 압박했다”며 “이는 행정절차법이 금지한 불이익한 조치에 해당하고,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권·단속권을 남용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안양시의 단속은 공장의 가동 중단이나 이전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고,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허용기준을 넘거나 주민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