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향해 ‘반역죄·사기죄로 심문해야 한다’, ‘하류인생’, ‘부패한 시프’ 등 온갖 막말을 던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은 이런 시프 위원장에 대해 ‘규탄 결의안(censure resolution)’을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프 위원장은 트럼프 탄핵 조사에 준비된 저격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를 지냈다. 또 미국 정보기관들을 다루는 하원 정보위를 꿰뚫는 인물이다. 민주당이 하원 소수당이었던 2015년 1월부터 정보위 간사를 지냈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자마자 올해 1월부터 정보위원장이 됐다. 캘리포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10선(하원의원 임기는 2년) 의원으로 의정 경험도 풍부하다.
공화당이 그저 그가 미워서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시프도 논란을 자초한 책임이 있다. 탄핵 조사를 몰고 온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인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화통화를 시프가 각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월 26일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을 대상으로 한 하원 청문회였다. 시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을 7번 더 말할 것이기 때문에 당신은 내 말을 잘 듣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7번’이라는 언급은 통화 녹취록에 없다는 것이다.
시프는 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과 접촉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바 장관)는 미국의 법 집행을 책임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P는 팩트체크 결과, 이 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프가 각색하면서 실수를 저지른 것은 맞다는 얘기다.
시프는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전형적으로 조직적인 갈취”라고 단정지으면서 공화당 의원들의 분노를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프는 의회에 거짓말했고 미국 국민들을 속이려고 했다”면서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시프가 너무 정파적이기 때문에 하원의 탄핵 조사를 이끌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아직 시프 규탄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은 공화당 하원의원 23명의 실명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들 의원에게 압력을 가하라고 밑밥을 던진 것이다.
미 하원은 현재 민주당이 234석으로, 197석의 공화당보다 많다. 시프 규탄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또 미국 헌법은 상·하원 의원의 탄핵을 금지하고 있다. 규탄 결의안이 통과돼 봤자 의원 입장에선 망신만 받고 끝나는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지난 100년 사이에 규탄 결의안이 통과된 것이 6번밖에 안 되는 이유다.
실현 가능성도 없고, 약발도 떨어지는 규탄 결의안을 공화당이 밀어붙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WP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서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줄 것이 많지 않다”면서 “적진의 악마 같은 사람의 실수를 십분 활용해 탄핵 조사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 공화당의 의도”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