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대착오적 적대정책, 中 “색깔혁명 선동” 미국 비난

입력 2019-10-21 17:52 수정 2019-10-22 22:26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21일 샹산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북한이 베이징에서 열린 제9회 샹산포럼에서 미국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냈다. 중국 측은 “일부 국가들이 색깔혁명을 선동한다” “아·태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 한다”며 미국을 겨냥한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 측은 “미국의 시대착오적 적대정책 때문에 양국 관계에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샹산포럼에서 박재민 한국 국방부 차관과 김 부상을 각각 만났다. 이번 포럼에서는 5년만에 한·중 국방전략 대화도 재개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김형룡 북한 인민무력성 부상은 21일 샹산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한미 당국의 행보로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북·미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미국의 시대착오적이고 적대적인 정책 때문에 양국 관계 개선에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상은 또 “한국이 미국과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미국의 첨단 군사장비를 구입하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형룡 북한 인민무력성 부상이 샹산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웨이펑허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겸 국방부장은 포럼 개막식에서 미국을 겨냥해 “일부 역외 국가가 배타적 안보 전략을 구사하고 중거리 미사일을 아태 지역에 배치해 다른 국가와 군사동맹을 강화하려 하는데 이는 지역 안보에 대한 불확실성만 고조시킨다”고 강조했다.

웨이 부장은 또 “미·중 군사적 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적지 않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분야 뿐아니라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문제까지 두루 거론하며 미국에 대해 비판과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웨이 부장은 “국제적 기준이 자기 입맛에 맞으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버리는 행보는 국제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며 “(미·중 무역전쟁은)양국 모두에 불리하고,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콩 문제에 대해서는 “타국 내정과 타 지역 사안에 간섭하고 ‘색깔 혁명’을 선동하며 심지어 타국 정권 전복을 시도하는 것은 지역 혼란을 조성하는 진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그동안 홍콩 사태와 관련해 ‘색깔 혁명’을 부추기는 세력으로 미국을 지목해왔다.

웨이 부장은 또 “대만 통일은 대세며 어떤 세력도 막지 못한다. 분열 조장 시도는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며 “남중국해는 고유 영토로 조상이 남긴 땅은 한치도 잃을 수 없다”고 강력한 영토수호 의지를 드러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웨이 부장이 대독한 축하서한에서 “평화는 인류의 영원한 소망”이라며 “중국은 대화를 통한 협력, 협력을 통한 평화, 평화를 통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웨이 부장은 앞서 전날 샹산포럼에 참석한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회동하고 “중국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고위급 교류 강화 등을 통해 양군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이에 박 차관은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실현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웨이 부장은 김 부상과도 만나 양군 관계가 더욱 발전하도록 추진하자고 당부했다.

한국과 중국은 5년만에 국방전략 대화를 가졌다. 박 차관은 샤오위안밍 중국 연합참모부 부참모장과 5차 한·중 국방전략 대화를 갖고 양국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국방부는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우리정부의 노력과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한·중 국방전략대화는 2011년 베이징에서 시작해 2014년 4차 회의까지 매년 서울과 베이징에서 번갈아 열렸지만 사드 갈등으로 중단됐다.

아태지역 안보 문제와 테러리즘 대응 등을 의제로 열리는 올해 샹산포럼에는 60여개국의 국방 관료와 안보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2006년 시작된 이 포럼은 ‘샹그릴라 대화’로 불리는 서방 주도의 아시아 안보 회의에 맞서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안보협의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