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대기오염의 주범인 황산화물을 내뿜는 선박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IMO 2020’ 시행이 두 달 남짓 남은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저유황선박유’의 대량 생산 준비를 마쳤다. 현대오일뱅크는 황 함유량을 대폭 낮춘 선박유를 생산키로 하고,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탈황설비를, GS칼텍스는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세계 최초의 신기술을 적용한 초저유황선박유(VLSFO) 생산 공정을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하고 오는 11월부터 본격 판매한다고 21일 밝혔다. 이 공정에서 황 함유 정도가 다른 여러 유분들을 배합해 황 함량 0.5% 미만의 선박유를 생산한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VLSFO 생산 공정에 아스팔텐 성분을 완벽히 제거하는 세계 최초의 신기술을 이번 공정에 적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아스팔텐은 필터, 배관 등의 막힘을 야기, 선박의 연비를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연료의 정상주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앞서 IMO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전 세계 선박유의 황 함량 상한선을 0.5%로 제한하기로 했다. 전세계 상위 규모 15척 선박이 내뿜는 황산화물이 전세계 자동차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이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174개 회원국 항구에 입항할 수 없다.
국내 정유사들은 당장 내년부터 저유황연료유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생산 설비 확대 등 준비를 거의 끝마쳤다. SK이노베이션도 황 함유량이 각기 다른 중유를 섞어 저유황연료유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또 고유황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낮추는 대규모 탈황설비인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마련해 내년 4월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해상 블렌딩 사업과 VRDS를 통해 생산되는 저유황유만 하루 13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는 “저유황유를 LNG로 대체하거나 대규모 탈황 설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 측은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프로젝트·잔사유 고도화시설과 올레핀 하류시설)을 통해 황 함량이 높은 벙커C유를 저유황 선박 연료유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들뿐만 아니라 포스코 등 조선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탈황설비 제작용 강재인 6Mo(6몰리)강인 ‘S31254’강 양산에 성공했다. 6Mo강은 설계에 따라 탈황설비 본체 55% 이상에 적용되는 핵심 소재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황유 수요 증가로 인한 정제마진 상승과 이에 따라 정유사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