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위안부 조롱’ 논란을 일으킨 자사 광고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지만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광고가 또 도마에 올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광고 내용과 관련해 “굉장히 화가 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주 무소속 의원은 유니클로 광고 영상을 국감장에서 보이면서 박 장관에게 “국내에서 영업하는 기업(유니클로)이 국민 감정과 역사를 부정하는 영업에 대해 국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질문을 받은 박 장관은 “국가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업(유니클로)이 일단 그 광고를 방영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등장한 패러디 영상을 공개하면서 “독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독일은) 가만이 있겠느냐”고 재차 질의했다.
박 장관은 “굉장히 화가 나는 일이다. 국가가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면서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제재 근거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논란이 된 유니클로 광고는 지난 15일부터 국내에서 방송된 ‘유니클로 후리스 : LOVE & FLEECE편’이다. 광고 내용을 보면 패션 컬렉터 98세 할머니와 패션 디자이너 13세 소녀가 등장한다. 소녀가 할머니에게 “스타일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옷을 어떻게 입었냐”고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할머니는 “80년도 더 된 걸 어떻게 기억하냐”고 되묻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막에 원래 대사(I can’t remember that far back)에 없던 ‘80년’이 의역돼 들어간 것이다. 80년 전이면 1930년 후반이고, 일제강점기다. 할머니가 80년 전을 언급하며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한 부분은 한국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시기를 연상하게 되기 때문에 논란을 살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일부 네티즌들의 분석이었다.
문제의 ‘80년’ 한국어 자막은 유니클로 한국법인 측이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법인 측은 “나이 차가 많은 두 모델이 모두 후리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쉽도록 나이 차를 자막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니클로는 의도한 광고가 아니고 해당 광고 송출을 중단했지만 한일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역사의식과 인권 감수성 부족으로 비칠 수 있는 광고를 내보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잠시 주춤하던 유니클로 불매운동도 다시 불붙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