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친(親) 트럼프’ 인사인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궁지를 맞이하고 있다는 새로운 신호라고 CNN은 지적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HBO채널을 통해 방송된 악시오스(Axios on HBO)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증거들이 나올 경우 탄핵을 찬성하는데 열려 있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레이엄 의원은 “물론”이라며 “범죄를 입증할 무언가를 나에게 보여준다면 그렇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말고 ‘퀴드 프로 쿼’(보상 또는 대가로 주는 것)에 관여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매우 충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이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중국을 향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중국에서도 사업을 하면서 거액의 부정한 돈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중국에 바이든 조사를 요구한 것은 어리석었다”며 “중국은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그 누구에게도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그레이엄은 “(중국에 대한 조사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감쌌다. 그레이엄은 “언론은 가벼운 인터뷰 말고는 헌터 바이든과 얘기하지 않는다”고 언론 탓을 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현재까지 알려진 증거로는 탄핵 사유가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여러 차례 “지난 7월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만 놓고 보면 탄핵 당할 만한 범죄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엄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트럼프의 통화 녹취록을 읽었다”면서 “나에게 그것(통화 내용)은 ‘퀴드 프로 쿼’가 아니다”고 반복했다.
그레이엄 측은 음모론 차단에도 주력했다. 그레이엄의 대변인은 “그레이엄은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레이엄이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를 미리 알고 “탄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CNN은 이번 인터뷰가 20일에 방영됐지만 녹화는 지난 15일에 됐다고 보도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보류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미국 민주당 수사를 압박하는 것과 연계됐었다는 발언을 했다가 부인했었다. 멀베이니 대행의 폭탄 발언 이전에 그레이엄이 탄핵 가능성 얘기를 했기 때문에 멀베이니와는 연관이 없다는 의미다.
이번 악시오스 인터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 미트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도 등장했다. 탄핵 조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롬니 의원은 “우크라이나 접촉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의 배후 사정을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의도뿐만 아니라 미국 행정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는지 여부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CNN은 그레이엄과 롬니의 인터뷰가 트럼프 진영이 탄핵에 맞서 단합을 외치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와 자신 소유 골프 리조트에서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개최하려다 포기한 일 등으로 인해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을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의원들이 논란을 자초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지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