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1일 “북한이탈주민 보호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정착지원제도 등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정비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이 일어난지 석 달 가까이 지난 뒤다. 탈북민 단체들은 “인권위가 탈북자 인권 문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성명서에서 “지난 7월 말 발생한 북한이탈주민 모자 사망사건은 생존에 필요한 지원을 적절히 받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되다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 살고 있는 3만3000여명 북한이탈주민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인권위 성명은 지난 7월 31일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던 탈북자 한모(42)씨와 6살 아들의 시신이 발견된 지 82일 만이다.
탈북민 단체들은 인권위의 대응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들은 현 정부 들어 인권위가 탈북민 인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인권위가 박근혜정부 때 발생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최종보고서까지 작성하고 발표를 미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탈북민 단체 관계자는 “인권위가 탈북민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진정을 넣어도 만나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권위가 탈북민 문제 관련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인권위는 이날 성명에도 정부가 이 문제에 기울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슈가 불거진 당시에는 경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나 통일부 등에서 대책을 준비 중이었다”며 “관련 연구나 실태조사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발표가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성명은) 각종 정부 대책에 맞춰 환영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임의로 (늦게) 처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