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총리 “브렉시트 표결 재시도… 거부되면 내년까지 또 연기”

입력 2019-10-21 15:11 수정 2019-10-21 18:37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초안 타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연단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의회에서 가로막힌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표결을 21일(현지시간) 재추진할 예정이다. 합의안 표결이 한 차례 보류돼 이달 31일이 시한인 브렉시트가 재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둘러 표결 일정을 잡았다. 보수당 탈당파 등의 지지로 승산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이다. 반면 EU 측은 합의안이 또 거부될 경우 내년 1~2월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21일 오후 브렉시트 합의안 관련 ‘의미 있는 투표’ 실시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날 공개된 하원 의사일정표에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하기 위한 재투표가 예고돼있다.

영국 하원은 지난 19일 존슨 총리가 내놓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보류했다. 대신 브렉시트 이행과 관련된 법률이 정비될 때까지 합의안 승인을 연기하도록 한 브렉시트 수정안을 먼저 표결에 부쳐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존슨 총리의 합의안은 표결조차 하지 못하면서 서둘러 재투표 일정을 잡았다.

브렉시트 강행파인 존슨 총리 측은 합의안이 표결로 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19일 수정안이 16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통과된 것이 존슨 총리 측에는 희망적이다. 본래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수당 탈당파와 연립여당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을 설득하면 16표라는 차이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당을 탈당했던 앰버 러드 전 고용연금부 장관이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존슨 총리에겐 호재다. 러드 전 장관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에 반란표를 던진 21명의 의원을 존슨 총리가 출당시키자 반발하며 지난달 탈당했는데, 그는 “나와 당을 나온 많은 의원들이 존슨의 안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립여당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세관이나 물리적 국경이 설치되는 것에 반대해 합의안에 반기를 들었지만 본래부터 브렉시트 강경파였다. 야당인 노동당에서도 극소수이긴 하지만 존슨 총리의 합의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미니크 라브 외무장관은 “우리는 이 일(브렉시트)을 완수하기 위한 충분한 표를 갖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의회 과반 득표도 유효 거리에 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20대 315로, 가디언은 320대 317로 법안 가결을 예상했다.

존 버코우 영국 하원의장이 존슨 총리의 합의안 투표 재추진을 승인할지 관심이 쏠린다. 수정안에 따라 이행법률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인 투표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또 동일 회기에 동일 안건을 표결하는 것은 의회법 위반이기 때문에 표결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존슨 총리의 합의안은 승인 투표 자체가 연기됐다는 점에서 정부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EU는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를 내년까지 연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EU는 브렉시트 연기가 불가피하가도 보고 영국이 EU를 떠나는 시점은 11월 1일이나 15일, 12월 또는 내년 1월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2 국민투표 등 변수가 생길 경우 내년 6월까지도 브렉시트 이행을 늦추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최고민사법원은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도록 한 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존슨 총리는 의회에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이 보류되자, 유럽연합(탈퇴)법인 ‘벤 액트’에 따라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하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해당 서한에는 서명을 하지 않았고, 별도의 서한에 브렉시트 연장 요청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는 별도 서한 2통을 보내 ‘꼼수 논란’을 야기했다. 영국 정부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주장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