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인 소유 리조트에서 2020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열겠다는 계획을 이틀만에 돌연 철회한 배경을 두고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국면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탄핵 정국으로 지쳐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또다시 자신을 옹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G7 개최지 결정을 뒤집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료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보수진영 내 우군들과의 전화통화에서 보수당 의원들이 너무나 많은 전선에서 대통령을 변호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소유한 골프클럽에서 국제행사를 개최하겠다는 결정이 친정인 공화당마저 등돌리게 만들고, 대통령직을 위협하는 탄핵 조사의 일부로 추가될 것이 명백해지자 결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G7 개최지 결정을 두고 “대통령이 본인 소유 회사에 거액의 정부 계약을 안겼다”며 “미 헌법 ‘보수 조항’(Emoluments Clause) 위반 혐의를 탄핵 사유에 추가할지도 모른다”고 맹비난했다. 보수 조항은 의회의 승인 없이 미 정부 관리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이애미 공항 근처에 위치한 이 리조트의 수익이 최근 몇년간 급격히 감소했다는 사실도 ‘사익 추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WP는 “백악관이 G7 개최지 결정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트럼프 반대자들은 이 사안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익을 얻기 위해 백악관의 힘을 남용한 또다른 사례라는 것을 재빨리 포착해냈다”며 “심지어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조차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스캔들, 동맹인 쿠루드족을 외면한 시리아 철군 결정 등으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G7 개최지 논란까지 터지자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거의 매일 새로운 정치적 쟁점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료는 WP에 “대통령이 공화당 내에서 나오는 탄핵 관련 발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서 우군으로 싸워줄 공화당 의원들의 심기를 살피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G7 개최지 결정을 철회하기 전 여러차례 조언을 들었다”며 “그의 결정이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맞서 공화당 의원들이 통합된 전선을 만드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