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은 근대 역사와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명소다. 덕수궁 중명전은 ‘을사늑약’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아관파천’의 현장이었던 러시아 공사관 옛터와 미국 대사관저는 긴박했던 구한말 외교역사를 말해준다. 근대 교육의 산실인 이화여고와 배화학당은 신교육의 열정을 보여주고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 주교좌성당에선 개화기 선교의 발자취가 묻어난다.
깊어가는 가을, 달빛 아래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정동의 야경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시는 25일~26일 근현대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정동’에서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야간 프로그램들과 함께 가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2019 정동야행’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까지 중구청에서 주관해온 ‘정동야행’을 올해부터는 서울시에서 주관해 개최한다.
‘정동야행’은 정동 지역에 모여 있는 문화재, 박물관, 미술관 등 역사문화 시설의 야간개방 행사를 중심으로 역사문화 공간을 활용한 공연, 전시, 특강, 체험, 스탬프 투어, 해설사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야간 행사다.
올해는 ‘정동의 시간을 여행하다’라는 슬로건으로 근대 개화기 정동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정동로터리 무대에서 행사 시작 선언을 하고, 덕수궁 대한문에서부터 경향신문사 앞까지 덕수궁 수문장 취타대가 개화기 복장을 입은 연기자들과 함께 오프닝 퍼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이틀간의 행사가 시작된다. 이어 동시대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국악으로 풀어내는 젊은 국악 밴드 ‘모던가곡’, 쇼팽 곡을 재즈로 재해석한 ‘디어쇼팽’의 낭만적인 공연이 펼쳐진다.
‘2019 정동야행’ 행사기간 덕수궁, 정동극장, 이화박물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서울역사박물관, 돈의문박물관마을 등 26개의 역사문화 시설이 야간에 개방되며 정동 주민, 공익단체, 교육기관, 기업, 언론기관, 종교 단체 등 20여개 지역 주체들로 구성된 ‘정동 역사재생 지역협의체’와 함께 행사를 진행한다.
먼저 정동의 다양한 장소에서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덕수궁 중명전에서는 태광그룹 세화미술관이 후원하는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이라는 이름으로 5팀의 라이브 공연과 디제잉이, 정동로터리 무대와 정동공원 무대에서는 총 10팀의 국악과 재즈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정동극장에서는 ‘궁;장녹수전’과 ‘오시에 오시게’, 경향아트힐에서는 ‘국악쇼;썬앤문’, 구세군역사박물관에서는 ‘구세군 브라스 밴드 공연’,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에서는 ‘가을바람이 전하는 오르간 음악’, 순화동천에서는 ‘시문학 클래식 음악회: 에밀리 디킨슨의 편지’, 세화미술관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정밀아’ 등 12개의 공연이 진행된다.
또한 정동야행 리플릿을 지참하는 관광객에게는 정동극장에서 진행하는 ‘궁;장녹수전’과 ‘오시에오시게’ 공연을 비롯해 경향아트힐 썬앤문에서 진행되는 ‘국악쇼;썬앤문 공연’의 입장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동 일대에 위치한 미술관, 박물관에서도 각기 다른 주제의 전시들을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광장;미술사회 1900-2019’,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에서는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는 ‘기억된 미래전’이 열린다. 또 세화미술관에서는 ‘세화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이화박물관에서는 ‘그때 우리는... 회상 60/70 사진전’ 등이, 정동1928아트센터에서는 ‘필의산수, 근대를 만나다’가 전시되고 있다.
근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방문객들을 위한 배움의 장도 열린다. 배제학당역사박물관과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진행되는 대한제국 전문가들의 특강을 통해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해볼 수 있다. 배제학당역사박물관에서는 ‘도시와 건축으로 읽는 대한제국과 정동’을 주제로 안창모 교수의 강연이 있을 예정이며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김영란 교수의 ‘대한황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민경찬 교수의 ‘대한제국 시기의 음악, 애국가의 탄생’을 주제로 달빛특강도 진행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정동’의 장소성을 살려 근대 개화기 문화를 체험하고, AR 방탈출 게임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게임을 통해 놀면서 역사를 배우는 색다른 재미를 즐겨보자.
정동야행 야간개방 시설을 찾아가는 방문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시설 21곳을 방문해 스탬프를 찍어오는 관객들에게 대한제국의 상징인 오얏꽃 배지를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스탬프 투어가 운영되며, 정동야행을 찾아온 방문객에게 도움을 주고자 ‘정동 밤산책 코스’ ‘정동 인생샷 코스’ ‘정동 근대문화 투어’ ‘귀호강 버스킹 투어’ 등의 주제별 추천코스도 마련했다.
또 정동의 주요 장소를 둘러보며 전문적인 설명을 듣는 해설사 투어도 온라인 사전신청을 마감했며 회당 20명씩 총 560명의 참가자를 모집한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정동시간여행’(1시간 코스), ‘모던타임즈 인 정동’(2시간 코스)이 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21일 “한국 근대사 보고로 불리는 ‘정동’에서 펼쳐지는 정동야행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정동의 가치와 역사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정동야행이 정동 일대 기업, 학교, 주민, 종교단체 등 공공과 민간 주체가 함께하는 정동의 대표적인 축제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