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2일 “제국주의자들의 제재에 겁을 먹고 양보하면 망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우회적인 비난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아울러 추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제국주의자들의 제재는 만능의 무기가 아니다’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력은 저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라들에 제재를 들이대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한 걸음의 양보는 열 걸음, 백 걸음의 양보를 가져오고 종당에는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문은 구체적인 사례로 이라크와 리비아를 언급했다.
신문은 “이라크와 리비아의 실태는 제힘을 믿지 못하고 제국주의자들의 위협과 공갈, 제재 압박이 두려워 동요하면서 물러서다가는 국권을 유린당하게 되며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것과 같은 자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심각한 교훈을 주었다”고 했다. 이어 “제국주의자들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들의 경제를 혼란시키고 민심을 불안케 해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저들에게 예속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했다.
반면 신문은 “서방의 제재는 만능의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 사례로 이란을 들었다. 이란처럼 자신들 역시 자력갱생을 통해 대북 제재를 극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이란은 미국이야말로 지난 수십년 동안 자기의 국제적 의무를 전혀 지키지 않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고 하면서 미국에 굴복하지 않고 강경히 대응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은 그 누가 가져다주거나 지켜주지 않는다”며 “오직 제국주의자들과의 투쟁을 통해서만 지켜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5일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대내외 매체 등을 통해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추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제사회와 미국 등의 대북 제재로 동요하는 민심을 독려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으로 읽힌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