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 22일 즉위선포 의식…헌법·정교분리 원칙 위반 지적도

입력 2019-10-21 06:00
나루히토 일왕이 지난 4일 일본 의회 중의원 임시회기에 참석해 개회를 알리고 있다. AP뉴시스

나루히토(德仁·59) 일왕이 자신의 즉위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는 행사가 오는 22일 열린다.

나루히토 일왕은 아버지 아키히토(明仁·86) 전 일왕이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지난 4월 30일 생전퇴위한 다음날 5월 1일 새 일왕으로 즉위했다. 당시 청동검 등 일본 왕가의 3개 상징물을 넘겨받는 것으로 첫 즉위 의식을 치렀다. 22일 치러지는 의식은 즉위를 선언하고 축하를 받는 즉위 선포의식이다.

즉위 선포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즉위례 정전의 의식’은 오후 1시부터 일왕 거처인 고쿄(皇居)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에서 30분간 진행된다. 이 의식에는 일본 정부 및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 외에 외국 원수 및 축하 사절 등 2000여명이 참석한다. 일본 정부는 국가로 승인된 195개국 중 시리아를 제외한 194개국에 초청장을 보냈고, 지난 17일 현재 이낙연 총리를 대표로 파견하는 한국을 포함해 174개국이 초청에 응하기로 했다.

이날 나루히토 일왕은 ‘다카미쿠라’에 올라 즉위 사실을 밝히고 국민을 대표해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는다. 다카미쿠라는 서기 8세기 나라 시대부터 즉위 등 중요 의식이 열릴 때 일왕이 사용하던 옥좌다. 이번 즉위 의식에 사용되는 것은 1913년 다이쇼 일왕 즉위에 맞춰 제작됐다. 가로와 세로 6×6m의 정방형 단상에 팔각형의 덮개가 설치된 모양으로 높이는 6.5m, 무게는 약 8t이라고 한다. 덮개는 금으로 된 봉황을 장식했다. 마사코 왕비는 덮개에 백로가 장식되고 다카미쿠라보다 조금 작은 ‘미초다이’에 오르게 된다. 아베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언에 축하 인사를 한 뒤 만세삼창을 한다.

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 당시의 의식을 거의 답습하는 이번 의식에 대해 일본 일각에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카미쿠라의 단상이 높아 총리 등 국민 대표들을 일왕이 내려다보는 것이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본 전통신앙인 ‘신도’ 색채가 짙은 다카미쿠라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 정부는 옛 전통을 이어간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일축하고 있다.

‘즉위례 정전의 의식’이 끝나면 오후 6시부터 고쿄에서 나루히토 일왕 주재로 각국 축하사절 등 400여명이 참석하는 만찬이 펼쳐진다. 이 만찬은 일본 국내 인사와 주일 외국 대사 등으로 대상을 달리해 오는 31일까지 3차례 더 열린다. 즉위 의식 다음 날인 23일에는 아베 총리 주최로 뉴오타니 호텔에서 외국 축하사절들을 대상으로 한 만찬이 열린다.

한편 22일 오후 예정됐던 나루히토 일왕 부부의 도심 카퍼레이드 행사는 지난 12~13일 동일본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태풍 피해가 고려돼 내달 10일로 연기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