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대결심’은 결국 대결구도 회귀? ICBM 우회적 언급

입력 2019-10-20 16:37 수정 2019-10-20 16:4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자리잡은 삼지연군 건설현장도 현지지도했다. 사진은 백마를 탄 김 위원장. 연합

북한이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연평도 포격 등을 언급하며 무력대결 구도로의 회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압박카드로 풀이되나, 전격적으로 강도 높은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소개한 기사에서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지상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당에서 바라는 높이에서, 당에서 정해준 시간에 성실하고 완벽하게 실천해나갈 때, 사회주의 강국은 눈부신 현실로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다른 기사에서는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기적적 승리가 이룩된 2017년 11월 그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ICBM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7년 11월은 북한이 ICBM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며 ‘핵무력 완성’을 주장했던 시기다.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간 실무협상 결렬 이후 공개한 기록영화에서도 북한은 ICBM 화성-15형 발사 장면에 ‘11월의 대사변’이라는 자막을 달기도 한 바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8일 '자력으로 승리떨쳐온 빛나는 역사'라는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로 북한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장면이 방영되고 있다. 연합

북한 매체들이 지난 16일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백마 등정을 보도하면서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우회적이지만 ICBM을 언급한 점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남 압박의 강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지난 19일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을 맹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TV는 “지금 남조선 군부에서 또다시 터져 나온 대결 망언이 사람들을 아연케 하고 있다”며 “이승도로 말하면 골수까지 동족 대결에 환장한 대결광신자로서 연평도 해병대 부대장으로 있던 지난 2010년 감히 우리를 건드렸다가 우리 군대의 불소나기 맛을 톡톡히 본 자”라고 주장했다.

이 사령관은 지난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사시 함박도를 초토화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교류가 얼어붙고 정체된 상황 속에서 북한의 대남·대미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미 간 대화에서 진전이 없는 상황 속에서 북한이 압박 수위를 전격 높여 군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