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에게 부친 文의 편지, 정상회담 답신받나

입력 2019-10-20 16:27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을 향한 ‘친서 외교’가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여 만의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직접 참석하고, 문 대통령의 친서까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다음 달 예정된 다자 정상회담, 최근 감지되는 우호 기류를 고려하면 관계 개선의 ‘적기’가 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냉각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이 총리의 일본 방문은 양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면 된다”면서도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 전망은 다소 앞서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의 친서에도 구체적인 제안보다는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담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인 이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고, 대통령 친서까지 전달하는 만큼 일본이 전향적인 태도로 나올 수도 있다. 이는 곧 한‧일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19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마주할 수 있는 다자회의의 장은 이미 마련돼 있다. 조만간 태국에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4일), 칠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 16∼17일)가 예정돼 있다. 양 정상이 참석을 확정하게 되면, 한‧일 정상회담도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마지막 정상회담을 한 것도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였다.

양 정상 간 우호적인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문 대통령은 태풍 ‘하기비스’로 일본이 큰 피해를 입자 지난 14일 아베 총리에게 위로전을 보내 “피해를 입은 많은 일본 국민들이 하루속히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16일에는 아베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리(한‧일)는 대화를 항상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악화일로였던 한·일 관계에 반전 계기가 온 것만은 사실인 셈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다음 달 22일 만료되면서 양국의 관계 개선도 더 시급한 문제가 됐다.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에 이어 지소미아까지 만료되면 한‧일 관계엔 또다시 깊은 골 하나가 더 만들어지게 되고 관계 회복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그 전에 양 정상이 수출 규제 철회와 지소미아 연장 등을 ‘톱다운’ 방식으로 맞교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속적으로 지소미아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이수혁 주미대사도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종료 효력이 발생하는 게 11월 22일 밤 12시인데 한일간에 어떤 협상이 이뤄지든 간에 그 문제가 어떻게 귀결이 될 것인지 개인적으로도 굉장한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 등 구체적인 조치 없이는 당분간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정상회담끼리 만나려면 손에 쥐는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 한‧일 관계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