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 피해자의 재수사 요청에도 항고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60대 지적장애인 A씨를 10여년간 서울 잠실야구장 적환장에 살게 하며 급여와 장애수당을 가로 챈 친형 B씨(74)씨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데 반발한 A씨가 검찰에 항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A씨 측 변호인은 재정신청을 낼 예정이다.
20일 법조계와 장애인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지난 14일 해당 사건에 대한 항고를 기각했다. 검찰은 항고사건 처분통지서를 통해 “이 항고 사건의 피의사실 및 불기소 처분 요지는 불기소 처분 검사의 불기소 처분 결정서 기재와 같으므로 이를 인용하는 바, 일건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이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고 했다. 통상 항고 기각 사건에 쓰이는 이유만 밝힌 것이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4월 A씨의 친형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B씨는 A씨에게 지급된 급여,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수당 등 8300만원을 따로 보관하거나 유용한 혐의(횡령, 장애인복지법 위반)를 받았다. 서부지검은 일부 횡령은 인정된다면서도 “고령에 초범이고 수사 개시 전까지 지속적으로 A씨를 보살펴 온 것으로 보인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A씨는 지난 8월 장애인 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검찰에 항고했다.
서울고검도 이런 판단을 하자 장애인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는 “약자의 편에서 엄정히 수사하고 판단해야 할 검찰이 가해자의 변명만을 모두 인정했고, 장애인은 버려지고 착취당해도 그저 그렇게 살아야 할 존재로 치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는 “장애인 학대사건에 대한 검찰의 인식 수준을 재확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장애인 학대사건에 대한 검찰의 이런 태도가 계속되는 한 장애인 학대사건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씨의 변호인은 “재정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가려 달라고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