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중동에 추가 파병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중동에서 활동하는 일본 호위함이 현행 1척에서 2척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20일(현지시간) 일본 정부가 자국 관련 선박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내년 초 신규 파견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해상자위대가 현재 해적대처법에 근거해 호위함 1척과 초계기 2기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해놓은 상태에서 추가 파견을 결정한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가 요청한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는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부대를 파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5~6월 원유 수송로인 걸프 해역 입구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자 한·일 등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호르무즈 호위 연합이라는 군사 동맹체 참여를 요구해왔다. 미국 정부가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왔다는 점에서 다분히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란과도 전통적으로 우방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은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에 양국 모두의 관계를 감안한 ‘제3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파병 요구를 완전히 거절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체면을 세우되, 이란을 직접 겨냥한 군사 동맹체 참여와도 거리를 두는 방식을 택해 실리를 챙기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실제 새로 파견되는 해상자위대의 활동 지역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은 제외됐다.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자위대를 중동에 독자적으로 파견하는 것은 방위성 설치법에 따라 조사·연구 활동 등 정보수집 체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며 구체적 활동 지역으로 오만만과 아라비아해 북부 공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동쪽 공해를 거론했다. 방위성 설치법에 따른 조사·연구 활동은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으며 방위상 자체 판단으로 실시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방위성 설치법이) 국회의 견제 없이 정부가 자위대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도구가 된 실정”이라며 “조사·연구 활동이라는 명분이 일본에서 먼 데다 긴장 국면에 있는 중동에 자위대를 파견할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사이 가즈오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일 경우 자위대가 동원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함께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