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美대사관저 침입’ 대학생 9명 구속영장…진보단체 “석방 촉구”

입력 2019-10-20 08:55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18일 오후 미국 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며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무단침입한 혐의로 체포된 대학생 9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주거침입) 등 혐의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법행위 전력과 당일 범행에 가담 또는 주도한 정도, 일부 피의자의 경우 공무집행을 방해한 점을 고려했다”며 “체포된 피의자 외에도 여타 공범 및 불법 행위를 배후에서 지시한 자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엄정하게 사법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9명과 함께 난입한 나머지 10명은 귀가조치 후 불구속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진연 회원들은 18일 오후 2시50분쯤 사다리를 이용해 서울 중구 덕수궁 옆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마당에 진입했다. 이들은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대진연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17명과 침입을 시도한 2명을 각각 건조물침입, 건조물침입 미수 혐의로 체포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노원경찰서·종암경찰서 등으로 연행했다. 또, 대사관저 경비강화를 위해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약 80명)를 추가 배치했다. 기존에는 의경 2개 소대(약 30명)가 대사관저 경비를 맡아왔다. 앞으로는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와 의경 2개 소대가 함께 근무를 서게 된다. 아울러 미 대사관 측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침입 상황 발생 시 경력투입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대진연,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등은 19일 오후 3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방위비 강요 미대사관저 투쟁 대학생 석방요구 각계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된 대진연 회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행태는 조폭 행동대장과 같다”며 “이를 규탄하는 우리 대학생들의 행동은 처벌이 아니라 의로운 행동으로 격려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대진연 회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이 밝힌 기준으로도 한국이 절반이 넘게 부담을 하고 있는데 (해리스 대사가) 한국이 5분의 1만 감당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주권무시와 한반도 평화에 반하는 역대 최악의 대사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지난해 방위비 협상 때도 직접 들어가 논의되고 있던 협상을 뒤집은 전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종성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집에 강도가 들어 금품을 훔쳐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국자라도 들고 맞서 싸워야 집과 가족 지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해리스 대사가 트위터에 “대처를 잘 해준 대사관 경비대와 서울지방경찰청에 감사드린다. 19명이 체포됐고, (제) 고양이들은 무사하다”고 밝힌 것을 지적하며 “그런데 그 항의한 것을 가지고 미대사관은 ‘자기 고양이가 안전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대한민국 국민을 고양이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니 방위비 분담금을 5배나 올리라는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