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C 선발전, 버그 앞에서 무너진 오피지지…보상점수는 0점

입력 2019-10-20 13:00

배틀그라운드 대회에서 버그(게임 내 이상현상)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발생했다.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2019 PUBG 글로벌 챔피언십(PGC)’ 한국 대표 선발전이 진행됐다. OGN 엔투스 에이스가 우승을 차지, 단 1장뿐인 PGC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런 가운데 오피지지 스포츠는 첫 라운드 버그에 피해를 입으며 게임을 매끄럽게 풀어나가지 못했다.

버그는 첫 라운드 경기 막바지에 발생했다. 아프리카 프릭스 아레스와 오지지지, 두 팀이 10점짜리 치킨을 놓고 얼굴을 마주한 상황이었다. 오피지지는 ‘멘털’ 임영수가 생존, ‘매버릭’ 이성현이 기절 상태였다. 상대 아프리카 아레스는 2인 생존, 1인 기절 상태였다. 양 팀이 기절자를 구조해낸다면 2인 대 3인 스쿼드 구도로 최종 대결이 펼쳐졌을 터였다.

그러나 오피지지 측은 끝내 머릿수를 불리지 못했다. 임영수가 이성현에게 찰싹 달라붙어 치료에 돌입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성현이 살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임영수의 캐릭터가 팀원을 살리는 모션에서 멈춰져 움직이지 않았다. 총기류도 의도대로 버려지지 않았다. 임영수는 곧 자기장 밖으로 밀려나 사망했고, 아프리카 아레스가 치킨을 가져갔다. 주최 측은 “임영수는 (팀원이) 살리지 못하는 버그와 총이 제대로 쏴지지 않는 버그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오피지지 측은 버그 피해로 인한 보상점수를 받지 못했다. ‘PUBG 코리아 리그(PKL)’ 공식 규정 2조6항 ‘경기 중 문제 발생’의 1호2목에 따르면 ‘게임 내 버그 등 정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사망’은 보상 가산점 획득이 불가능하다. 해당 라운드에 14점을 따내는 데 그친 오피지지는 최종 성적 5위(41점)로 선발전을 마무리했다. 1위 OGN 에이스와의 점수 차이는 10점이었다.

오피지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선수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버그로 1, 2위가 갈렸다는 게 많이 답답하다. 첫 라운드 버그 판정이 이렇게 허무하게 결정되다보니 5라운드가 남아있던 상황에서 선수들의 사기가 하락하고, 멘털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이 그렇다고 하니, 그저 우리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배틀그라운드 대회에는 64인이 동시 참전한다. 버그 발생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8월에는 참가 선수가 갑작스러운 접속 종료 사고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2019 PUBG 네이션스컵’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아쿠아5’ 유상호가 경기 도중 게임에서 접속 해제됐다.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기장 밖에서 전사한 그에게 주어진 보상 점수는 1점이었다. 당시 선두를 달렸던 한국은 러시아에 역전을 허용, 2위로 대회 일정을 마쳤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