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19일 방위비 인상 요구와 관련 대학생들이 대사관저에 난입해 농성을 벌인 사건과 관련해 자기 트위터에 “대사관저에 무단침입한 시위대 관련 대처를 잘 해준 대사관 경비대와 서울지방경찰청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중심부에서 13개월 만에 2번째 일어난 사건으로 이번에는 시위대가 억지로 제 집에 들어오려 했다. 19명이 체포됐고 고양이들은 무사하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은 전날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난입해 농성을 벌였다. 난입 사건은 해리스 대사가 문 대통령과 주한 외교사절단간 만남 행사에 참석했던 중 벌어지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사관저 경비가 대폭 강화됐다.
18일 오후 2시 50분쯤 대진연 회원 17명은 사다리를 이용해 서울 중구 덕수궁 옆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대사관저 마당에 진입했다. 이들은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경찰은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17명과 침입을 시도한 2명을 각각 건조물침입과 건조물침입 미수 혐의로 체포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노원경찰서, 종암경찰서 등으로 연행했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이유와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주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지방경찰청은 대사관저에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약 80명)를 추가 배치했다. 기존에는 의경 2개 소대(약 30명)가 대사관저 경비를 맡아왔으나 앞으로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와 의경 2개 소대가 함께 근무를 서게 된다. 야간의 경우 의경 2개 소대가 근무하는 체제에서 경찰관 기동대 1개 제대(약 30명), 의경 2개 소대가 함께 근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대사관저 인근을 순찰하며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경비 강화를 지시했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는 19일 오후 3시 남대문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자들의 석방을 촉구한다.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관련해 “주한미국대사의 행태는 ‘힘으로 한국의 재정주권을 짓밟고 혈세를 강탈하겠다’는 협박”이라며 “대학생들의 행동은 혈세 강탈을 막고 재정주권을 지키려 한 의로운 행동으로 격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