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위원장은 17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앞에 두고 자신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것이 아니라 설득하러 간 것이며 폭력 행사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교통사고로 목 척추가 골절되는 후유증도 있고 누가 밀어버리면 큰일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싸움하러 간 것이 아니다”라면서 “저는 법사위원장이라 설득하러 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수사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여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 4명은 지난 4월 선거법 개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당시 법사위원으로 보임된 채 의원을 감금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검찰 수사를 받는 여 위원장의 발언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여 위원장이 국감 내내 패스트트랙 발언을 자주 했다”면서 검찰에 수사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윤 총장에게 “패스트트랙 압박을 받고 있느냐 아니면 왜 (한국당 의원들) 소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느냐”면서 “피의자들에게 왜 그런 관용을 베푸느냐”고 따졌다.
윤 총장은 표 의원의 질의에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답변했다. 회기 이후 수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여 위원장은 표 의원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신상발언으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겠다.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고발은 순수 정치문제가 아닌 사법문제로 둔갑했다”면서 “원래 정치도 사법이 관여해서는 안 되듯 사법도 정치가 관여해선 안 된다”고 맞받았다. 이어 오신환 의원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사임됐고 그로 인해 패스트트랙이 가결된 것은 국회법 48조 6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자신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의 행위를 정당방위 내지는 정당행위로 책임성 또한 없다고 주장했다.
여 위원장은 이어 “제가 검찰에 수사를 방해하거나 외압을 넣기 위해 그런 것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다시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의원들이 “수사하지 말라고 발언한 것”이라고 소리치자 여 위원장은 버럭 목소리를 높이고 한쪽 손을 들며 “신상발언 원인을 제공한 자가 누군데!”라고 호통쳤다. 이어 “자, 존경하는 장제원 의원(한국당)님 질의하세요”라며 곧바로 회의를 진행했다.
여 위원장의 발언을 담은 영상은 1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관심 대상이 됐다. 네티즌들은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 위원장의 ‘정당방위’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사회 참석할 예정인 이사의 자격이 의심된다고 그 이사를 감감할 수 있는가”라면서 “패스트트랙 수사를 담당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에게 이를 묻자 ‘불법적으로 감금하면 문제가 된다’고 답변했다”고 적었다.
여 위원장의 언행이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6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부터 여 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하고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 위원장은 당시 조 후보자의 해명을 가로막고 “짧게 정리하세요”라거나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취지는 이미 나왔다. 뭘 미주알고주알 하느냐”라고 면박을 줘 비난을 샀다. 그는 이철희 민주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의원이 “청문회는 듣는 자리”라고 큰소리를 내자 여 위원장은 “내가 국민학생입니까”라고 되받기도 했다.
여 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에게 욕설을 해 곤욕을 치렀다. 김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문제삼자 여 위원장은 “웃기고 앉아 있네. XX같은 게”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고스란히 인터넷에 생중계됐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