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공습 조건부 휴전 합의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대단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지만 미국 정계와 재계에선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터키의 시리아 공격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 대표단으로 현지에 급파된 펜스 부통령은 지난 17일 터키와 5시간에 가까운 논의 끝에 쿠르드 민병대(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일시 중단할 것을 합의했다. 철수가 완료되면 미국은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를 거둔다는 것이 합의의 골자다. 안전지대 관리는 터키군이 맡게 된다.
합의 후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터키, 쿠르드에 대단한 날”이라며 “전 세계에 대단한 날이다.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라고 자축했다.
그러나 터키 측이 “휴전이 아닌 일시적 작전 중단”이라고 주장하는데다 휴전을 대가로 미국이 터키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합의 내용에 대해 ‘엉터리(sham)’라고 표현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사설에서 “러시아, 이란과 마찬가지로 터키 대통령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터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역시 “이번 합의는 제재 없는 철회, ‘YPG 없는 안전지대 지지’ 등 터키가 원하는 것을 줬다”고 보도했다. 이어 “쿠르드족은 이제 120시간 이내에 그들의 영토에서 떠나야 한다”며 “수백 명의 쿠르드족이 살해당하고 수천 명이 쫓겨났으며 1000명의 ISIS(이슬람국가 IS의 옛 이름) 포로가 탈출하는 등 이미 심각한 피해가 초래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인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것은 휴전이 아니다”라며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우리가 너를 죽이기 전에 여기서 나갈 100여시간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도 “오늘의 발표는 승리로 묘사되고 있지만,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며 “갑작스러운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 과정과 그 배경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롬니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미국의 역할에 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번 휴전 합의가 미국이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동맹을 버린 것”이라며 “우리가 쿠르드족에 한 것은 미국 역사상 핏자국을 남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