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 경제가 7개월째 수출과 투자 부문에서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글로벌 교역망이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은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북은 현재 정부가 경제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월간 보고서다.
정부는 그린북에서 ‘부진’이란 표현을 지난 4월호부터 7개월 연속 사용했다. 그린북이 첫 발간된 2005년 3월 이후 가장 긴 기간인데 그만큼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4~5월에는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이 부진하다고 했지만, 이후에는 ‘수출, 투자’로 부진한 부문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8월 산업활동 주요 지표를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1.4% 감소했으나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이 증가하면서 1.2% 올라갔다. 건설업도 0.3% 늘었다.
8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및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대비 1.9% 상승했다. 2분기 설비투자(GDP 잠정치)도 전기대비 3.2% 증가했지만 1년 전보단 7.0%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1.7% 줄었다. 세계 경제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0.4% 떨어졌다. 1965년 공식 집계 이래 첫 하락이다. 최근 시장 전반에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세가 지속했고, 기저효과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가가 흐름이 어떤 기조를 나타내는지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0.6% 상승했다.
지난달 소비 관련 속보치에 따르면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1년 전보다 7.4% 늘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 연속 감소세였는데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온라인 매출액과 카드 국내승인액도 각각 4.3%, 6.4%로 1년 전보다 상승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도 24.9% 늘면서 소비 증가를 견인했다.
가계가 향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4.4 포인트 오른 96.9를 나타냈다. 기업의 경제전망을 나타내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한 71을 기록했다.
이밖에 지난달 취업자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34만8000명 증가했다. 주택시장 매매가격은 0.01% 올랐으나 전셋값은 -0.03%로 내려갔다.
한편,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과 관련 “한국처럼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싱가포르·홍콩 등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홍 과장은 내년 성장률이 1%를 하회할지 여부는 반도체 경기가 얼마나 되살아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초과 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상반기에 글로벌 반도체 경기 개선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 장비 내구연한이 끝나 교체 수요가 생기는 시기도 내년”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