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회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英의회 선택만 남아… “총리 숫자게임”

입력 2019-10-18 11:16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AFP연합

유럽연합(EU)이 영국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제 공은 영국 의회로 넘어갔다.

유럽이사회(EC)는 17일(현지시간) 영국과 EU 27개국 지도자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앞서 마련된 브렉시트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고 영국 BBC방송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EU 정상들은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EC 등에 브렉시트 합의안이 오는 11월 1일 발효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합의안대로 EU는 추후 영국과 최대한 가까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의안은 EU 단일시장의 통합을 보장하는 동시에 EU와 영국 간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있게 했다”며 “이제 공은 영국 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다만 새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어떤 조치가 취해질 지에 관해선 따로 언급이 없었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 추가 연기 가능성에 대해 “연기 요청이 있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회원국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영국과 EU는 EU정상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새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에 합의했다. 양측은 최대 쟁점이던 EU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의 해법을 마련했다. 아일랜드 해안에 관세 국경을 세우되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에는 2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한 것이다. 즉 법적으로는 북아일랜드를 영국 관세영역에 남기지만 실질적으론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했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19일 영국 의회의 특별회의에서 새 합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안건이 의회를 통과하면 영국은 이달 31일 EU를 탈퇴한다. 2016년 6월 영국 국민투표로 브렉시트 정국이 시작된 지 3년4개월 만이다. 하지만 영국 의회에서 합의안에 통과될지 미지수다. 현재 집권 보수당은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합의 이후 숫자게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연립정부 파트너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도 새 합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DUP는 이 안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통합을 저해한다고 본다. 제1야당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등도 새 합의를 반대한다.

영국 의회가 합의안이 부결되면 ‘벤 액트’(Benn Act) 법안에 따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EU에 내년 1월 31일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가디언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존슨 총리가 10월 31일에 브렉시트를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 경우 헌법상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EU는 영국의 재가입에도 여지를 뒀다.투스크 의장은 이날 영국의 EU 재가입에 대해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상임위원장은 “합의안에 관해선 기쁘다고 말하겠지만 브렉시트에 대해선 슬프다”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