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경성군의 온실농장과 양묘장 건설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전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백마 등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지 3일 만에 이른바 민생 행보를 노출한 것이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경성군 중평 남새(채소) 온실농장과 양묘장 건설장을 현지지도하셨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0여년 전에 건설한 미곡협동농장마을이 지금에 와서도 농촌문화주택의 본보기가 될 수 없다”며 “농촌마을을 미곡협동농장처럼 꾸리겠다고 하는 것은 오늘날 혁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같다”고 지적했다.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는 미곡협동농장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체제 시절인 2000년대에 모내기 농법 개선과 유기농법 도입 등으로 ‘본보기 농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곡협동농장을 여러 번 찾아 전국의 본보기 농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날의 성과에 만족하며 발전시키려 하지 않는 것은 혁명에 대한 태도와 관점 문제”라며 “우리는 헐어빠진 집을 마스기(부수기) 전에 먼저 일꾼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러한 낡은 사상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산간지대의 군들은 삼지연군과 같은 기준에서 건설하며 농촌마을은 경성군 중평 남새온실농장마을 수준으로 건설하여야 한다”도 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아버지 시절 모범 농장이 아직까지 본떠야 할 사례로 꼽혀선 안 된다는 취지로 농촌 개혁을 다그친 셈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자신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 앞에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고통이 아니라 그대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한 바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북한 식 개혁과 버티기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