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시리아 북동부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중지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회담 후 미국과 터키가 5일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터키에서 대단한 뉴스가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휴전 조건은 쿠르드민병대(YPG)가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하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터키 측은 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YPG의 철수가 완료된 뒤 모든 군사작전은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과 접촉 중”이라며 “그들은 철수에 동의했고 이미 철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터키가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안전지대의 관리는 터키군이 맡게 된다. 이는 지난 8월 미국과 터키가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한 이후 터키가 요구해온 조건을 미국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국경 사이에 폭 30㎞에 이르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터키군이 안전지대의 관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터키는 길이 480㎞, 폭 30㎞에 이르는 안전지대에 주택 20만채를 건설하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 100만명 이상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해 미국의 동맹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터키는 YPG를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로 보고 최대 안보위협 세력으로 여겨왔다.
터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하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하자 9일 해당 지역의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해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터키의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쿠르드족은 사실상 ‘독립국 건설’의 꿈을 접고 지난 13일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에 지원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터키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터키와 쿠르드의 휴전 중재를 위해 펜스 부통령을 대표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터키에 급파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