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최성원의 냉가슴, 그리고 책임감

입력 2019-10-18 08:06

팀 스포츠에서 주전 경쟁은 필연적인 일이다. 많은 팀이 주전 경쟁을 통해 선수들의 호승심을 끌어올린다. 축구 구단들의 경우 리저브 팀(2군)을 운영하면서 주전 경쟁에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선수라면 누구든 주전이 되길 원하고, 이를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한다. 만약 실력 외적인 요인으로 주전 라인업에서 제외된다면 가슴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소드’ 최성원은 지난 7월14일 아프리카전 이후 3달여 동안 시합을 치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대호 전 감독은 개인방송에서 “(조규남 대표에게) 성원이를 쓰면 롤드컵은 확정으로 가지만 현준(도란)이가 지금 성적이 안 좋아도 잠재력이 있으니 지금 경험치를 먹여야 롤드컵에 쓸 수 있는 공격적인 탑솔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탑라이너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 성원이가 훨씬 잘하는 게 맞지만 롤드컵 우승이 목표기 때문에 롤드컵에서 현준이가 전략적 교체가 되든 주전이 되든 진하게 노려야 한다”고도 했다.

주전이 되지 못하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다른 스포츠 종목을 보더라도 주전으로 뛰기 위해 팀 눈높이를 낮추거나 심지어 자신의 몸값을 내리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최성원은 오랜 시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솔로랭크에 매진했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과 원만한 대화가 되지 않아 프런트 관계자와 상담을 했다. 선수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후 프런트와 감독이 매끄럽게 소통하지 못하면서 최성원의 불만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성원의 행실을 지켜봐온 이들은 그의 사교성보다 투철한 책임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97년생 최성원은 그리핀의 맏형이자 주장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등에 업고 살아왔다. 가령 최성원은 지난 서머 스플릿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승리 후 기자실을 찾아 팀원을 챙겼다. 당시 매체 인터뷰에 응한 최성원은 “선수들이 워낙 잘하고 있다. 계속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장에서)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란’ 최현준의 활약에 대해선 “과감함이 대단하다. 제 시각에서 무리일 것 같은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있다. 피지컬이 좋아서 라인전도 잘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메타에서 ‘도란’의 출전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최성원은 때론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해 머뭇거리는 일을 먼저 나서서 하기도 한다. 지난 서머 스플릿에서 그리핀이 연패에 빠졌을 때 낙심한 팀원이 팬 미팅 전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있자 “그러고 있을 거면 팬들 앞에 나서지 마”라고 말한 뒤 앞장서서 무대에 오른 일화도 있다.

김 전 감독은 스스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조직생활에서 김 전 감독의 생활패턴과 대화스타일은 어떤 이에겐 불편을 초래했을 수 있다. 특히 주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던 최성원은 김 전 감독의 자유분방한 행동이 썩 달갑지 않았을 수 있다. 김 전 감독은 개인방송에서 최성원과의 관계가 특정 시점에 틀어졌음을 인정하면서도 “성원이가 사람이 좋다. 입장차이인 거다. 성원이 욕을 안했으면 좋겠고, 별로 그런 악감정은 없다”고 했다.

베를린=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