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7일 양측이 새 브렉시트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되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합의다. 영국은 노 딜 브렉시트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영국은 이제 EU 정상회의에서 새 합의안을 추인 받고, 영국 하원에서 통과되면 10월 31일 EU에서 예정대로 영구 탈퇴(브렉시트)하게 된다. 합의안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존슨 총리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하나의 영국으로서 EU 관세동맹을 떠날 것이다. 전 세계와 무역 협상을 맺을 수 있다”고 적은 것을 미뤄볼 때 백스톱 조항이 기존 합의안에서 제거돼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영국 하원의 승인이다. 11일부터 EU와 영국은 강도높은 협상을 벌였다. 극적으로 EU 정상회의 개막 3시간을 앞두고 존슨 총리와 융커 위원장이 새 합의안을 천명했다. EU 정상회의 통과는 문제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영국 하원 통과는 미지수다.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민주통합당(DUP)은 즉각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제1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 역시 “더 악화됐다”고 했다.
지금까지 존슨 총리는 합의안 유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10월 31일 브렉시트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는 브렉시트 혼란사태를 악화시켰다. 오는 19일까지 의회가 새 합의안을 통과시키거나 노 딜 브렉시트 허용의 법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브렉시트는 3개월 연기되는 상황이었다. 존슨 총리는 지난 3일 브렉시트 합의의 최대 현안인 아일랜드섬 국경 문제에 관해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수정안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한 차례 거부됐다. 하지만 지난 10일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공화국 총리가 “합의의 좁은 길을 걸을 가치가 있다”고 말하면서 다시 길이 열렸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