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모그와의 전쟁’ 느슨…‘초미세먼지 4% 감축’

입력 2019-10-17 16:44 수정 2019-10-18 08:01
연합뉴스

몇 년째 스모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올겨울 수도권인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성) 주변 지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평균 4%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는 당초 5.5%를 제시했던 초안보다 크게 후퇴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하자 국내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세먼지 대책도 느슨하게 추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생태환경부는 스모그가 심해지는 겨울 난방철을 앞두고 베이징과 톈진, 주변 28개 도시를 포함한 북부 지역 28개 도시의 대기오염 관리 방안을 전날 발표했다.

생태환경부는 이들 지역의 평균 PM-2.5 농도를 전년 대비 4% 줄이고, 오염이 심한 ‘중오염’ 이상 일수도 6% 낮춰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업계 웹사이트에 올라왔던 초안에는 28개 도시의 PM -2.5 농도를 5.5% 줄이고, 중오염 이상 일수는 8% 낮춘다는 목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PM -2.5 농도는 1.5%포인트, 중오염 이상 일수는 2%포인트 완화한 셈이다.

도시별 오염물질 감축 목표는 지난해의 성과에 따라 차등을 뒀다. 지난해 목표를 달성한 베이징은 초미세먼지 감축을 요구받지 않았고, 톈진은 감축 목표가 1%로 낮다. 하지만 허난성의 안양은 초미세먼지 농도를 6.5% 줄여야 하고, 허베이성의 한단과 싱타이, 허난성 정저우, 산둥성 허저 등은 6% 감축을 요구받았다.

생태환경부는 징진지와 주변 지역은 겨울철 대기환경 상황이 여전히 심각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계절의 2배 정도이며 중오염 일수는 한해 전체의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 겨울 징진지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6.5% 상승했고, 중오염 일수는 36.8% 늘었다.

중국 정부는 대표적인 오염원인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 철강 생산량을 조절하고 난방 연료로 석탄 대신 가스와 전기로 대체하는 등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내놨다.

산업 구조 면에서 허베이성은 철강 1400만t, 코크스 300만t, 시멘트 100만t, 평판유리 660만t의 생산능력을 줄이도록 했다. 북서부 산시성과 동부 산둥성도 철강회사들의 과잉설비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텐진에서는 한 철강회사의 용광로 1기를 폐쇄하도록 했다.

또 28개 도시에서 525만가구의 석탄 난방을 가스나 전기로 바꾸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톈진은 36만3000 가구, 허베이는 203만 가구, 산시는 39만7000 가구, 산둥은 114만 가구, 중부 허난성은 131만 가구가 난방 시설을 교체해야 한다.

정부는 그러나 과거처럼 무리하게 석탄 난방 퇴출을 밀어붙이지는 않기로 했다. 2017년말에는 중국 정부가 석탄 난방 금지를 강하게 밀어붙이자 허베이성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난방을 하지 못해 학생들이 해가 비치는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2017년말 정부의 석탄난방 금지로 교실 난방을 하지 못하자 초등학생들이 해가 비치는 운동장에서 수업하는 모습.

또 올해 대책에서는 대규모 생산 중단 등의 엄격한 조치도 빠져 미·중 무역전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국내 경기에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엿보였다. .

중국의 대기 오염원은 석탄과 자동차가 주범으로 꼽힌다. 중국의 연간 1차에너지 총사용량은 2018년 46.4억t으로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3%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석탄 비중이 59%로 압도적이다.

중국의 전체 자동차 보유대수는 2016년 기준으로 2억9500만대이며, 이중 12.8%를 차지하는 노후차량이 차량 오염물질의 67%를 배출하고 있다. 베이징의 대기오염 배출원은 자동차 45%, 날림먼지 16%, 공장 12%, 생활오염 12%, 석탄 3%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과학원의 환경전문가인 장위안쉰은 “징진지 지역은 열악한 자연조건, 인구와 산업의 밀집, 석탄 연료 사용 등으로 극심한 대기오염에 시달려 왔다”며 “그러나 정부가 단기간에 오염 기업들을 없애면 지역내 빈곤지역의 소득원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